마블링. 섞이지 않는 물질들의 유연한 어울림

by 소래토드



식탁을 정리하고 한바탕 난리를 피울 준비를 했다. 일전에 물과 기름의 성질을 배우고는 오늘은 아트웍이자 일종의 실험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실험을 하자는 이야기에 무척이나 신이 났다. 마블링 물감과 포크, 빨대를 펼쳐놓고 너른 스테인리스 팬에 물을 자작하게 채운다음, 발을 동동 거리며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을 불렀다. 녀석들. 해맑은 얼굴로 뛰어온다.


막내가 먼저 물속에 물감을 부욱 짜 넣으니, 물보다 가벼운 기름으로 만들어진 물감이 잠시 가라앉았다가 수면 위로 둥둥 떠올라 퍼졌다. 그 극적인 장면에 맞춰 소리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의 살아있는 반응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빨대와 포크를 하나씩 건네주었다.


아이들은 떠오른 물감 위로 바람을 불고 포크로 조금씩 선을 만들고 면을 이동시키기도 하면서 마블링을 만들어갔다. 마음에 든 모양이 나타났을 때, 준비해 둔 흰색 도화지로 수면을 살짝 덮은 뒤 재빨리 건져 올리면 저마다의 개성을 가득히 담아낸 아름다운 작품이 나타난다.


아이들은 한두 가지 색만 조심스레 사용하다가, 두 번째 작업에서는 조금 더 대담하게 여러 가지 색깔의 물감을 북북 짜 넣고 이리저리 휘저었다. 그러자 그만 마블링이 남지 않고 물감이 다 한데 섞이고야 말았다. 온통 다 섞인 색깔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 모양새였다. 막내가 당황해서 외쳤다.


"엄마 똥색이 되었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모두 예쁜 색들을 넣었는데!"


"음... 조금 어려운 말이기는 한데 잘 들어봐. 빨강, 노랑, 파랑 이 세 가지 색은 다른 색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색인데, 이 세 가지 색깔을 동시에 똑같이 섞으면 검은색이 돼. 하지만 이 중에 한 가지 색만 넣지 않아도 검은색이 아닌 다른 여러 가지 색을 만들 수 있어. 너희도 물감놀이를 해보아서 알고 있지? 노랑이랑 파랑을 섞으면 무엇이 되었지?"


"초록이요!"


"그렇지, 그럼 빨강이랑 파랑을 섞었을 때 어떻게 되었지?"


"보라색이요!"


"그렇지, 또 노랑이랑 빨강을 섞으면 주황색이 되잖아. 그렇게 섞인 색에 흰색을 조금씩 섞으면 조금 더 연하고 부드러운 색을 만들 수 있어. 그런데 지금 너희가 섞은 색에는 빨강, 노랑, 파랑이 모두 한데 섞여있게 된 거야. 그러니 점점 무슨 색이 되어가겠어?"


"검은색...?"


"응 그래, 이 마블링은 점점 검은색이 되어가는 중이야. 검정이 되기 전에 노란색이 조금 더 많이 들어 있으면 지금처럼 똥색이 되는 거고."


똥도 여러 가지 색을 가진 음식이 소화되면서 작은 입자들이 섞이게 된 것이니, 과연 똥색은 똥색이었다.


"다시 해요, 다시!"


"이번에는 다 섞지 않고 적당히 어울려 놓아야지."



아이들이 완성한 마블링 아트를 한편에 널어놓고 보니 아주 근사하다. 집 안 가득 기름 냄새가 진동하였다. 물감이 모두 마르지 전까지 한번쯤은 더, 오늘 경험한 가치를 떠올려 보리라 다짐하였다.






좋은 것을 다 섞는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닌 것을,


멈출 때와

나아갈 때를 알면

조화로울 수 있다는 것을,


어울림과 섞임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로

자신의 색을 지키며

소명을 잃지 않는

어른으로 자라기까지,


우리 함께 어울리자.

행복하게 어울리자.

충분하게 어울리자.


부모와 자녀로서,

어른과 아이로서,

우리의 가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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