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는
여러 가지 모양의 파스타를 삶아.
고기를 볶아 넣고 뭉근히 끓인
토마토소스에 버무려 주었다.
셋째 손에 숟가락을 쥐어주고 옆에 앉았다가
요리 도구들을 정리하러 잠시 주방에 다녀오니
요래요래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마카로니만 숟가락에 골라 모아서
꼬불꼬불 앞뒤를 맞춰 놓았다.
와 뭐지.
이만한 월령의 아기들은
가끔 상상을 깨는 특기를 발휘한다.
상당히 충격적인데,
우선 너무 재밌으니까
놔두고 보고 있다.
일단 사건의 현장에서 살짝 물러서서
간을 보고 있던 둘째가
괜찮은 것 같은 나의 표정을 보더니,
"엄마, 저도 해도 돼요?"
눈을 크게 뜨고 묻는다.
"응, 해봐."
이왕 하는 김에 마음 편하라고 환히 웃어주었다.
둘째도 안심하고 아트웍에 빠져든다.
이 녀석은 스파게티면을 선택하여
웃는 얼굴의 사람을 자세하게 묘사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매우 꼼꼼한 녀석이다.
작품 활동이 지루해질 무렵 다가가서,
각자의 작품을 앞에 두고
기념사진도 몇 장 찍어주고
어느 정도 정리하도록 시켜놓고는
새로 파스타를 담아왔다.
"오케이, 미술 시간은 여기까지."
이번에는 음식을 담았으니 먹자!"
첫째가 공부를 마치고 씩 웃으며 다가와,
"야, 너희들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니야!"
안 하기는 좀 뭣한, 그 쉬운 잔소리를
저도 살짝 기다렸다가 내 대신 말해준다.
그토록 의젓한 첫째에게 고마워하며,
두 그릇 더 담아와 나도 식탁에 앉았다.
조금 멋쩍게 웃으며
모두 별 탈 없이
이번에는 '음식'인 것을 기분 좋게 먹었다.
예술도 음식도 삶도
뉘앙스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