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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래토드 Jan 24. 2024

종이 딱지 만들기

재질을 이해하는 것은 질량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는 못했..



막내가 갑자기 어디서 봤는지

딱지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종이접기 시간을 가졌다.


첫째 둘째도 함께 앉아

하나는 연습, 하나는 제대로

넷이서 두 개씩 만드니

순식간에 딱지가 8개.


둘째의 딱지는 점점 모양새가 매끈해졌다.

정사각형의 각 변에 맞춘 각 접기와

삼각형의 회전이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확한 이등변 삼각형 모양으로 접어 나가야 해"

그랬더니 바로 야유를 퍼붓는다.

지금은 공부시간 아니란다.


흠흠. 물러선다.



딱지 몇십 개가 쌓일 무렵 딱지 치기를 시작했는데

같은 사이즈의 색종이로 모두 접어 놓으니

조건이 비슷해서 영 스릴이 없었다.


"이제부턴 주변을 살펴서 이것저것으로 만들어봐."

얇고 넓은 딱지는 방어용!

무겁고 큰 딱지는 공격용이야!"



인생을 조금 더 살아온 첫째는 눈을 번쩍이더니

무게가 제법 나가는 종이를 주변에서 찾아냈다.

쓱쓱 커다랗게 딱지를 접더니,

거기서 머물지 않고

큰 딱지 앞 뒤로 다른 보조 딱지를 덧댄다.

자신의 말로는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라고 한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모두 궁금해하며

둘째가 자신의 딱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첫째가 개조된 딱지로 내려치니


오. 뒤집어졌다.




“엄마 도와주세요~~~”

둘째가 다급해졌다.


나는 살짝 첫째의 눈치를 보며,


"저기에 네가 오늘 다 푼 문제집이 있다.

표지는 좋은 공격 딱지가 될 거야.

속지를 접어 몇 분 깔고 앉으면

좋은 방어용 딱지가 될 거야" 라며

정보를 귀띔해 주었다.


그렇게 해서,

기O의 계산법으로 만든, "법계"딱지가 탄생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자 아직 맞춤법에 서투른 둘째가


"와~~~ 하나님의 법궤다!"라며 기뻐했다.


그 둘이 같은 글자가 아니라고 설명은 해주었다.

내가 아는 법계의 뜻은 차마 말해주지 못했다.

그냥, 한자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음가만 살리기로.


이 두 딱지에 걸린 승부는 엎치락뒤치락했는데,

첫째가 무심결에 개조 딱지를 내려놓고

그것을 둘째가 법계 딱지로 뒤집는 바람에

공격 딱지가 모두 둘째의 것이 되었다.


이쯤 되니 아이들의 눈에서 불꽃이 일었다.

녀석들은 흩어져서 접을만한 것들을 샅샅이 찾아

두 손에 올려가며 각각의 무게를 가늠했다.

두께와 반비례한 무게는 곧 공격력을 뜻했다.  


얇으면서도 무거운 단단한 종이들로

참신한 공격 딱지들이 생산되었고,

계속해서 흥미진진한 게임이 이어졌다.



그러다 이변이 발생했다.


막내의 대타로 남편이 나선 것이었다.

수많은 공격 딱지들이

남편의 손에 들린 평범한 딱지에 의해 뒤집혀갔다.


아이들은 이제,

에너지 이동에 관하여 깨닫게 되었다.


팔의 근육량과

내리치는 속도에 비례하여

딱지에 전달되는 에너지의 양이 많아진다.

이렇게 딱지 치기에는

여러 가지 물리 법칙이 적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물리에 있지 아니하고,


아빠 레버리지에 성공한 막내가

결국 승패를 거머 줬다.



교과서도 칠판도

설명도 없는 클래스.

스며들면  진한 배움이 되는 것을,

재미있게 배웠으면

그보다 더한 즐거움도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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