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인데 엄마가 단독으로 계약한 건 함정
2019년 1월 11일, 아침
나는 이탈리아 여행 중이었고 눈을 떠보니 제주도로 여행 중인 동생으로부터 카톡이 와있었다.
"언니 우리 집 사. 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우리 집'은 나와 동생 둘이 사는 집을,
'ㅋㅋㅋㅋㅋㅋㅋㅋ'는 황당함을 의미한다.
우리 둘이 살 집이, 우리가 둘 다 여행 간 동안, 엄마에 의해 독단적으로 계약되었다는 뜻이다.
위치는 서울, 지하 1층+지상 2층의 단독주택, 84년 완공, 급매
잠이 확 깨는 느낌이었다.
언젠가 집을 사겠구나 했지만, 이렇게 해외에서 통보처럼 듣게 될 줄이야.
노 여사가 있다. 노 여사에게는 딸 둘이 있다. 큰 건 서른 중반, 작은 건 서른 초반이다. 노 여사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딸들을 자랑하고 싶다. 하지만 그 딸들은 별로 결혼 생각이 없다. 노 여사는 그런 딸들이 못마땅하다. 결혼 잔소리를 했더니 둘이 독립해 전셋집에 같이 살고 있다. 딸 혼수용으로 사두었던 고가의 냄비 세트를 결국 독립할 때 내놓았다. 그래도 결혼 안 한다고 큰소리치다가 서른일곱에 결혼했다는 친구 딸의 성공사례에 아직도 가슴이 뛰는 건 어쩔 수 없다. 연초마다 딸들이 언제 결혼하는지 유명 점쟁이를 찾아가 묻고 있다.
기대와 실망의 몇 해가 흐르고 노 여사는 공감할 수 없는 감성으로 공간 활용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는 딸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층 이상의 단독주택을 알아보러 다니기 시작한다(물론 사줄 수는 없고 시장조사만 해준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서울의 부동산을 알아보러 다닌 지 다시 이년이 지났다. 웬만한 서울 부동산은 다 둘러보았고 가격이 너무 비싸 포기하려던 찰나 이 단독주택을 만났다. 해당 건물은 84년도에 준공된 낡은 주택이었다. 주택 상태를 사람에 비유하자면 여든 살 정도의 노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건물 짓는 건 얼마 안 해. 땅값이 비싸지'라고 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그때는 상관없는 줄 알았다).
건물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급매로 나왔다. 사연을 들어보니 이 집주인이셨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유산 상속 문제로 급매로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 년 동안 서울 단독주택 매물을 보러 다니면서 이 정도로 딸들의 니즈에 맞는 단독주택이 없다는 확신이 든 노 여사는 그 자리에서 가계약을 진행했고, 그 소식은 카톡을 타고 저 먼 이탈리아와 제주도에서 전해지게 된다(물론 중도금과 잔금을 치러야 할 날짜와 금액도 함께 명시해서 말이다).
여기까지가 정자매가 지금의 집을 사게 된 스토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