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인간을 듣고 싶어
송정희 성우님이 여는 매주 월요일 새벽 낭독이 시작되었다. 선생님께서 내놓으신 책은 딱 봐도 혼자서 읽다 포기할 포스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이끌겠다는 동기를 몇 주 전 듣고 지금까지도 그 기운이 따라다니고 있다. 밥을 하다가도, 사람들과 톡으로 소통하다가도, 아이를 바라보다가도 내 이마 앞에서 둥둥 떠다닌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막연히 생각하면서 말이다. 내게는 아직 잡히지 않은 이야기라서 뜬구름 같다. 그 선한 행동은 어디서 나올까? 나도 선순환의 고리에 탑승할 수 있을까? 그 가지에서 뻗어 나올 수많은 가지와 함께 또 다른 가지가 나올 수 있게 말이다. 이렇게 고민하는 뜬구름에 나의 소리를 계속 얹고 소리비가 싹을 틔워 마음을 감동시키는 그런 낭독을 하고 싶다.
팬데믹 시대에 다른 한 편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선생님은 화상으로 이렇게 강의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불편했다고 한다.
어느 날, 우연히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들의 강의를 보았다고 한다. 코로나 최전방에는 유통업 종사자와 의료진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이 있어 코로나로부터 보호받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유통업 종사자와 의료진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은 다르다는 것. 능력이라는 것이 운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과 이렇게 얻은 것을 조금씩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선생님은 내가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한 그것은 낭독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묵언새벽낭독’을 여는 것이었다. 그 새벽낭독의 시작이 크리스틴 링크레이터가 쓴 ‘자유로운 음성을 위하여’인 것이다.
<자유로운 음성을 위하여>를 열 분의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낭독해 주셨다. 아침에 눈 감고 듣기에도 좋았다. 내용이 다 들어왔다기보다는 그 시간만이 주는 충만감이 있었다. 신체와 정신의 근육이 이완됐으려나?
'자연적인 소리는 투명합니다. 일어나는 상황이나 내적인 감정과 생각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내적인 감정의 욕구와 생각을 직접적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노출시킵니다. 말하는 사람, 그 인간을 듣는 것이지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을,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마음과 몸을,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말을 하게 만드는 민감한 욕구들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몸속의 근육들이 자유로워야 합니다. 자연적인 음성은 감정, 정신, 지적인 능력, 청각의 소통을 차단하는 요소들에 의해 방해받게 됩니다. 이러한 장애 요소들은 주로 정신물리학적인 요인에서 비롯되며 이런한 방해 요인들이 제거될 때, 비로소 음성은 인간 감정 전반을 표현할 수 있게 되고, 모든 생각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24p~25p)
소리내는 기술을 배우는 것은 앵무새나 다를 바 없다. 그동안 성대를 탄탄하게 하지 않고, 복식호흡을 하지 않고, 발음을 연습하지 않고 입만을 움직이며 흉내만 내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발성과 발음, 호흡 연습을 해야지 했다. 이것조차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내면이 건강해야 건강한 영혼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가는 시간이다. 이제야?? 이런 건 좀 늦다. 사실 이것도 글만 이제야 알아들은 것이다. 몸과 정신으로 체화 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 줄 글을 소리 내어 읽을 수는 있어도 내 것으로 만들기는 얼마나 힘든가! 서두르지 않기로 한다. 시계 초침이 모여 분침이 가고 큰 걸음으로 시침이 가듯 가보기로 한다. 나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하나씩 찾아서 들어주고, 달래주고, 껴안아주며 하나씩 그어나가기 위해 나를 더 돌아보아야 함을 느낀다.
내 소리에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이것을 느끼면서 소리 내기가 더 두렵고, 답답했는지 모르겠다. 이 답답한 시간도 필요했을 거고, 앞으로 더 알고 깨달아야 할 것들이 많을 게다. 소리의 기술 부족이라고 생각하고 이게 다 일 거라 생각했던 때처럼 말이다. 가야만 이게 다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새벽을 연다. 그래서 한다. 함께 하기에 넘어져도 일으켜 줄 분들이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에 할 수 있다.
신체와 감정, 목소리, 지적 능력의 조화를 위해 말랑말랑하고 유연한 상상력의 세계로 매일 가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