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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책장 Apr 12. 2022

노란 사랑이 눈부시다

<달걀 한 개> 박선미 글, 조혜란 그림, 보리출판

 어린이도서연구회 22년 동화동무씨동무 책이다. 읽지 않은 채로 5회 이상의 이사에서 살아남은 책이다. 좋은 책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읽으려고 데리고 다녔나 보다 한다. 동화동무씨동무 선정도서로 구석진 곳에서 노란빛이 떠올랐다. 

 

어른이 된 야야가 야야만 한 아이들에게 들여주는 어렸을 적 이야기. 닭을 풀어놓고 사는 시골 마당에서 언제나 말썽인 건 장닭이다.  장닭의 말썽에 몽둥이 들고 쫓아오는 옆집 할매.  암탉은 놀다가도 알 낳을 때가 되면 알 자리로 달려가 알을 쑤욱 빼고 놀던 자리로 간다. 이것을  지켜보는 야야와 동생의 풍경이 정겹다. 이렇게 암탉이 낳은 달걀은 며칠을 모은다. 달걀을 장에 가지고 나가면 할매가 드실 잔갈치가 되고, 아버지의 약이 되어 온다. 또 아픈 선생님 병문안 갈 때 손에 쥐고 가기도 한다. 

 아이들은 어미닭과 병아리들이 부화해서 크는 것을 지켜보고, 장탉으로부터 암탉을 지켜내려고 신발짝도 집어던진다. 생명이 나고 자라는 것을 보며 크는 아이들은 달걀 한 개가 전하는 사랑과 소중함을 안다. 

 어쩌다 할매와 아버지 밥상에만  달걀찜이 놓인다. 야야는 그것이 먹고 싶어 배가 아프다고 누우면 할매는 눈치채고 야야를 먹인다.  열세 식구 혼자 먹여 살리는 아버지가 퇴근해서 오시면, 엄마는  귀한 달걀 하나 꺼내 후라이해서 야야에게 가져다주라고 한다. 야야는 흰 자만 조금 뜯어 먹어야지 했다가 표 안 나게 더 뜯어먹다가 흰 자가 반도 안 남은 후라이를 조심스레 갖다 준다.  아버지는 엄마 몰래 야야 먹으라고 준다.  또 아이들은 아픈 선생님을 위해 집에 고이 모셔놓은 달걀을 손에 쥐고 선생님댁을 방문한다. 이 달걀을 아이들과 삶아서 나누어 먹는 선생님. 야야를 향한 어른들의 노란 사랑이 눈부시다.   

 요즘 어린이들이 보기 힘든 북적이는 시골 밥상, 아궁이에 불을 피워 솥뚜껑을 뒤집어 부치는 후라이 등 마당 있는 옛집을 그림으로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 아이들은 커서 지금을 어떤 이야기로 들려줄까? 부리 끝으로 안에서 수백 번 갉아서 껍질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처럼  감동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껴둔 달걀 하나 꺼내주는 따뜻한 이야기를 품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 이야기엔 내가 있을 테지. 부담 같지 말아야지. 한 개면 된다. 달걀 한 개처럼.

앗 참!!! 더더욱 소리 내어 읽어주길~ 자연스럽게~ 말하듯이~

글. 박선미

경상남도 밀양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부산에서 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살을 비비며 살아온 지 스무 해가 훌쩍 넘었다.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을 만나고,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이 되면서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위해 애써왔다. 자라면서 겪은 일을 되살려 『달걀 한 개』, 『욕시험』, 『산나리』를 썼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입말로 생생하게 풀어내 이야기 문학의 자리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림. 조혜란

96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좋아해서 두 달이 다니는 어린이집 친구들과 함께 직접 그림책을 만들어 보는 '토끼네 그림책방' 활동을 하고 있는 조혜란은, '밥알 한 톨, 김치 한 조각도 농부의 땀이 배어 있는 소중한 것'이라며 딸들이 남긴 음식까지 말끔히 먹어치우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씩씩한 엄마이기도 하다. 우리 옛 그림의 맛이 살아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는 조혜란 선생님은, 어린이들이 즐겁게 보면서 세상을 새롭게 알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그림책을 꾸준히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옥이네 이야기」시리즈, 『사물놀이』, 『삼신 할머니와 아이들』, 『박씨 부인』, 『달걀 한 개』, 『참새』, 『똥벼락』, 『사물놀이』, 『할머니, 어디 가요? 앵두 따러 간다!』, 『할머니, 어디 가요? 밤 주우러 간다!』, 『할머니, 어디 가요? 굴 캐러 간다!』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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