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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책장 Apr 12. 2022

원래 고양이 안 좋아하는데 깜냥이라면....

저학년 동화 <고양이 해결사 깜냥> 홍민정 동화 / 김재희 그림

 작년에 너무 핫해서 안 읽어본 어린이가 없는 것 같다. 둘째와 오늘 스무고개를 하는데 '엄마는 좋아하는데 나는 싫어하는 것' 슬마... 슬마 초콜릿? 사탕? 답은 책이었다. 너무 안 읽어서 조바심이 좀 낫는지 요즘 책으로 협박한 것을 반복하면서 "책 읽어!" 이런 둘째도 3권까지 봤다는 책이 '고양이 해결사'라는 것. 야옹~



글 작가와 그림 작가는 대면 한 번 안 하고 단독으로 그림을 그리는 경우도 많다는데, 깜냥의 모습을 글과 찰떡같이 그려낸 낸 것 같다. 읽는 내내 그림 구경도 너무 귀엽게 했다냥.

 면지의 우주에서 떠다니는 파랑 깜냥은 진구의 친구 도라에몽을 연상케도 했다. 귀엽다냥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는 날 아파트 경비실로 아저씨의 난처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룻밤을 당당하게 신세 지는 고양이라니. 이렇게 당당한 이유가 있었다. 깜냥은 까만색 털을 가져 깜냥이지만 '스스로 일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깜냥의 말 79p) 고양이이다. 제목에서 말해주잖나. 해결사라고. 


 주민의 민원에 경비아저씨가 나간 사이 잠을 자려는데 인터폰이 울리며 고양이 경비원 깜냥의 일이 시작된다. 엄마가 늦은 형제의 집에서 엄마 올 때까지 함께 있어주기, 내일 춤 동아리 오디션을 위해 열 올리는 어린이와 춤 연습을 하는가 하면, 택배 아저씨의 짐을 함께 날라주는 에피소드들이 깜냥을 홀리고, 제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괜찮다면 조금만 맛볼 수 있을까요? 원래 아무거나 안 먹는데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요."

  "원래 책 같은 건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좀 봐도 될까?"

  "원래 과자 같은 거 안 좋아하는데, 진짜로 새우가 들어갔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원래 아무 데서나 춤추지 않는데..."

  "원래  무건운 건 잘 못 드는데..."

   "원래 선물은 거절하면 안 되잖아요."

다 읽고 나면 깜냥의 '원래'에 중독된다. 깜냥은 원래 그렇게 다 해결한다. 

캐리어에 그동안 받은 선물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을 보니 깜냥 한 곳에 오래 머무를 고양이가 아니다. 원래 어디로 갈지 미리 정해 놓지 않는다. 

글은 없지만, 경비실에서 캐리어를 들고나가는 모습을 보니, 또 어디서 원래 안 하던 것을 할지 궁금하다.

상상해보는데 깜냥 학교를 열어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을 데려가고 싶다. 엄마가 서둘러 퇴근하지 않아도 되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공부도 봐주고, 운동도 함께하고, 혼자 계신 어르신 말동무해주는 깜냥, 키오스크 앞에서 뇌를 풀가동하는 (벌써?) 내게 도움을 주는 깜냥, 원래 초밥 안 먹는데 같이 먹어주는 깜냥. 전국적으로 확대해서 동네 깜냥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나 원래 궁금해하지 않는데 2권으로 가야겠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깜냥의 해결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경비아저씨의 부재중인 상황을 만들어 냈다. 그 상황을 만들어내는데 

시민의식을 갖춘 시민들을 내세울 수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주민들의 민원에 잔뜩 불은 라면을 먹어야 하는 경비 아저씨를 보고 아이들과 생각을 나눠보았으면 좋겠다.


비 오는 날 밤 경비 아저씨에게 발생하는 민원 - 아파트 앞에 음식물 쓰레기 흘렸다고 치워 달라는 민원 

(거참. 흘린 쓰레기는 각자 춥시다.)

단지 입구 깨진 유리병을 치워달라! 

생각해보니 경비아저씨의 일을 덜어주는 해결사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림 부분에서 52p 차단기가 막혀 들어올 수 없는 택배 아저씨 묘사 장면에 어느새 거세게 내린 비는 멈추고 바닥도 뽀송뽀송해 있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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