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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책장 Apr 27. 2022

메멘토 모리

<나는 죽음이에요>엘리자베스 헬란 라슨 글. 마린 슈나이더 그림/장미정

10살 아들이 갑자기 눈물을 머금고 나에게 와서

 "엄마가 먼저 죽으면 내가 나중에 어떻게 찾아가지?"라고 묻는다. 순간 뭐라고 기발하게 얘기를 하지 생각하면서 딱히. 또 뜸 들이면 뭔가 들킬 사람처럼

 "우리 집에서처럼 거기서도 (별나라로 얘기한 적이 있다) 엄마가 기다리고 있지."

"만약 내가 엄마를 못 찾으면 어떻게" (울먹)

"걱정 마, 멀리서도 보게 되어 있어. 보고 있다가 엄마가 찾아갈게."

"진짜지? 진짜 맞지?" 안심하며  둘째 특유의 아기 같은 울먹이며 방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엄마, 망해암에서 기다려. 망해암 어디인지 알지? 고려 시대.... 음..."

"고려 시대.... 뭐?" (신라 문무왕 때라고 하던데.. 뭘 본거지?)

"음... 흐흐흐 암튼 나 이 근처에 있으면 엄마가 보고 있다가 찾아와."

죽어서도 이 근처에서 살 거라고 하는 거 보니 아이야 말로 나보다 먼저 죽음과 삶이 함께 있다고 몸으로 알고 있는 건 아닌지.

죽은 후 우리 가족 상봉에 대한 질문이 몇 번 이어졌었다.



생물학적으로 태어난 순서대로 보면 엄마가 먼저 죽을 거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아이다. 나도 우리 부모님을 보며 내게 아직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 괜히 두렵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맞다. 그때 가서. 때가 돼서 죽음을 준비한다면 몇 년 후부터 해야 할까?  1초 후의 일도 알지 못하는 쫄깃한 세상살이를 살면서 말이다. 멀리 있다가 올 검은 마왕 정도로 생각했다.


 작가가 죽음의 실체를 그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고민했을까 싶다. 빨간 자전거 한 대 타고 꽃길을 다니고 있는 죽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죽음도 똑같이 걷고 뛰고 있다.



나는 죽음이에요.
삶이 삶인 것처럼
죽음은 그냥 죽음이지요.



 이제 삶과 죽음이 같이 가고 있다는 것에 끄덕이며, 그렇지, 맞지 하면서 그림을 보다가 그래도 이건 너무 안타깝다고 느낀 지점이 있다.  나이가 들어 죽는다는 건 순리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급작스겁게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찾아가는 재난이나.. (또 4월이라 어쩔 수 없이 생각나는 고통),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의 아이를 데리고 가는 장면에서 정지할 수밖에 없다. 내 아이가 생각한 대로 죽음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도 일이 좀 편하지 않을까? 그냥 순서대로 데리고 가면.



"내가 찾아가지 않으면 누가 뿌리와 새싹이 자라날 자리를 마련해 줄까요?"



"삶과 나는 모든 생명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지요."


그래도 만약 죽음이 두렵다면 사랑하라고 말한다. 사랑은 모든 슬픔과 미움을 없애주고, 우연히 죽음을 만나더라도 절대 죽지 않는다고.


태어날 때부터 죽음과 함께 하는 삶. 나는 요즘 몸 나타나는 갖가지 증상으로 통증을 벗 삼아서 살고 있다. 버티다가 안 되면 병원을 찾아간다. 증상이 심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에너지로 딱해야 할 것들만 한다. 1번은 육아일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힘이 못 닿는 곳이 있어 마음 한쪽에 미안함이 자라기도 한다.


아픔이 잦아지며 나와 함께하는 죽음이 통증으로 존재를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은 눈이 침침하고, 어느 날은 두드러기로 잠 못 이루고, 또 어제는 왼쪽 어깨와 손목이 아파 자판 치기가 힘들다. 존재를 드러냈다고 해서 당장 나를 데려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나 여기서 너와 함께 있다고' 알려주는 것뿐이니라.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다시 읽는 '여덟 단어' 첫 수업 '자존'에서 나온 라틴어이다. 박웅현 저자의 이 메시지를 보내니 후배는

'Amor fati' 아모르파티 '운명을 사랑하라'라고 답장을 보냈다고 한다.

삶과 죽음이 늘 함께 하는 것을 기억하고, 주어진 오늘의 순간을 사랑하고 즐기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 순간의 합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밥 한 알을 씹는데 진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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