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시작 3

숨 들이마시기

by 빛나라 오드리

숨 들이마시기

‘inspiration’에는 ‘영감’이라는 뜻 외에 ‘숨을 들이마시기’라는 뜻도 있다. 가끔은 그저 숨을 깊이 들이마셔라. 어깨의 긴장을 풀어라. 숨을 내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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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숨을 들이마시란다.

어떻게 하면 영감을 얻을 수 있는지 묻고 싶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숨을 들이마시기. 어찌하여 작가들은 궁둥이를 붙이고 계속 쓰라고 하는지 아니면 그냥 걸으라는지 막연한 대답만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몰랐었다. 내가 숨을 들이마시기 전에는.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시험준비 기간 내내 놀았다. 마냥 놀았다. 공부고 뭐고 관심이 없었다. 내 관심사는 오로지 아이들의 시선에 있었다. 난 시골에서 전학 온 코흘리개 촌뜨기인 게 싫었다. 당연히 시험성적은 바닥을 쳤다. 반 아이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는데 더더욱 관심사에서 벗어났다. 난 시골 촌구석에서 전학 온 촌뜨기에다 공부도 못하는 아이였다. 당시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아주 유명한 가을시화전이 있었다. 여중 여고를 다 합쳐서 아주 크게 하는 행사였는데 시화전에 뽑히기가 쉽지 않았다. 전화위복의 기회였다. 내게 주어진. 내가 쓴 시가 운동장 한쪽에 전시되었다. 흩어지는 낙엽이 보조출연으로 나를 빛내주었다. 지금도 밝히고 싶지 않지만 난 거짓말쟁이였다. 뭘 그리 숨기고 싶은 게 많았는지….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


숨이 쉬어지는 유일한 시간 1

결혼과 동시에 임신하고 남편과 주말부부가 되었다. 그렇게 5년을 아이 엄마로 살았다. 신기하게도 그 힘든 시간에 8권의 일기를 썼다. 그때 당시 사진을 담은 글을 백일동안? 하루도 쉬지 않으면 책을 한 권 내줬다. 이제 어느 사이트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어쨌든 난 800일을 일기를 썼고 아이들은 가끔 그 일기장을 들춰본다. 두 아이가 잠들면 컴퓨터 앞에 그날의 사진 중 제일 괜찮은 사진을 골라 일기를 쓰는 그 시간이 유일하게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숨이 쉬어지는 유일한 시간 2

이른 새벽 베란다에 놓인 러닝머신 위에 오른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그렇게 걸었고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유치원에 보낸 후 무작정 산을 향해 걸었다. 온전히 4시간을 걷고 나면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리고 다시 이른 새벽 두 시간을 걷는다. 깊고 깊은 어둠 사이에 가는 빛 한 줄기를 따라 걸으면 어쩐지 지금, 이 순간 오롯이 이 산은 나의 산이 된 것만 같다. 그리고 우주와 내가 공간으로 연결된 듯한 신비로움에 젖어 든다. 무거웠던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가슴속에 숨이 탁 트인다. 어느 순간 앞머리가 젖고 깊이 숨을 쉬고 내뱉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숨을 쉬는 유일한 시간이다.


글쓰기와 생활양식

오랜 지인이 나를 찾아왔다. 올해 목표가 초고를 완성하는 거란다. 내 주변에는 왜 다들 작가만 있는지. 이건 나보고 글을 쓰라고 굿이라도 아니 고사라도 지내는 것만 같다. 강사와 육아를 하며 배우고 익히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시간이 없다는 투정을 실컷 하고 헤어졌다. 언제 글을 쓰냐고! 그런데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봄 직한 유명작가들은 모두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란다. 안톤 체호프 트는 의사였고......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나도 충분히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이렇게 주변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 어찌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오늘도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