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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라 오드리 Mar 09. 2022

열정은 쏟을 수 있을 때 쏟아라

40대 주부의 열정 도전기

언제쯤이었을까?

이런 호사를 누린 게…

사실 호사랄 것도 없이 어딘지 모르게 고급스러운 음악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전망을 두고 마시는 커피 한 잔이다.


올해가 시작되고 이제 두 달인데 난 열 달을 달린 기분이다. 겨울방학과 봄방학을 온전히 아이들 대상 온라인 수업에 쏟아부었고 그 사이 잠시 있던 명절에는 노트북 앞에 꼬박 8시간 이상을 매일 앉아 전자책 한 권을 완성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그 일을 하지 않는다 해서 아무도 내게 뭐라 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매달릴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원했다. 하고 싶었다.

나를 잊을 만큼 무언가에 매달려 바닥을 들여다보고 싶었고 그동안 달려온 나를 정리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정신없이 쏟아부었고 48페이지에 다 적기에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 것을 알았다.


참 다행이다.

아이를 낳고 회사를 그만두고 보낸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온전히 쏟아부은 뒤 찾아오는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다시 일에 집중했고 하루 잠자는 시간을 빼고 줄곧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내가 하는 일은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일이다!

돌아보니 나의 관심대상은 오로지 아이들이었다.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아이들의 마음에 매달리는지 나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저 내가 원하는 건 그 작고 여린 마음을 알아주고 조금이라도 곁을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줄게 있어야 나눠주지! 그렇다. 나눠줄 곁이 있어야 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여유 있고 풍족해야 한다. 비워지면 채워야 하고 채우면 다시 비워야 한다. 나는 좋은 양분을 채워 좋은 것을 주고 싶다.


내 마음이 채워진다.

엑스포타워 38층 스타벅스

우연히 들른 곳에서 마음이 채워진다.

햇살 가득 머금은 따뜻한 기운에 절로 부풀어 오른다. 40대에 가득 채워진 열정은 끝을 모르고 달려가고 있다.


대상은 다를지라도 누군가가 쏟고 있는 열정은 모두 빛난다.

20대 나의 대상은 여행이었다.

숙소가 없어서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방석을 모아놓고 쪽잠을 자고 숙소 사기로 기차역에서 밤을 지새웠다. 우연히 산에서 만난 산악회와 친해져 그 해 여름을 설악산에 텐트를 쳐놓고 일주일을 오르락내리락했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떠난 자전거 여행에서 돌아오니 손가락이 안 펴져 시험을 포기했고 자전거를 타고 시작한 경주여행에서는 사진을 찍다 도로 구덩이에 처박혔다. 여행에 미쳐 금요일이면 늘 짐을 싸고 다시 풀었다를 반복했다.


30대 나의 대상은 육아였다.

남편이 아니라서 조금 미안하지만 아이들에게 내게 남은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 먹을거리와 읽을거리에 정성을 다했고 놀거리에 집중했다. 한 아이를 등에 없고 다른 아이는 손을 잡고 버스를 타고 공원에 다녔고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은 거절하지 않았으며 서로 의견이 맞지 않으면 핏대를 세우며 싸웠다. 그 시간이 모여 다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40대 나의 대상은 오로지 나다!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고 발견하고 찾아가는 즐거움이 날마다 새롭다. 아직도 남아 있는 열정에 기쁘고 쏟을 수 있는 대상이 있어 감사하다. 좀처럼 성숙된 모습이 보이지 않아 가끔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나임에 인정할 수 있어 좋다. 나를 인정하고 상대를 인정하니 여유가 는다. 삶이 풍족하다.


50대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모르겠다. 그때는 또 다른 대상이 생기겠지. 남은 40대를 열심히 채워가면 반갑게 그 대상을 만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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