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 여행 계획 세우기
2018년 1월 23일 화요일, 걱정 많았던 운영체제 과목의 첫 번째 세미나를 잘 끝냈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S, 버디 메이트 N과 함께 스웨덴인 버디 L을 만나러 갔다. 스웨덴과 한국사회에 관련해서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건 스웨덴에서도 직업의 귀천이 있다는 것이었다. 후에, 스웨덴인인 E와도 '직업의 귀천'을 주제로 이야기했었는데 비슷한 내용이 오갔다.
예로 들자면, 스웨덴에서도 의사는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과는 다르게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3D업처럼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별로 좋은 평을 받지 못하는 직업이라고 한다. 다만, 직업의 안정성 측면에서 얘기할 때는 '이래서 스웨덴을 복지 국가라고 하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스웨덴에서는 마트 계산원 같은 아르바이트성의 일로도 충분히 평생 잘 먹고살 수 있다는 개념(?)이 있다고 했다.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일 자체의 특성이 중요한 거지 사회적인 안정성이 우선순위에 놓이진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웨덴 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복지, 평등, 자연친화 등이었는데, 이 이야기를 듣고 세상은 참 여러모로 복잡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1월 24일 수요일, 무사히 두 과목을 다 듣고 나서 S와 함께 Fika 타임을 가지기 위해 네이션이 몰려있는 웁살라 대성당 근처로 향했다.
Östgöta 네이션은 와플이 무한 리필되는 네이션으로 유명하다. 여기서 먹은 이후로 와플에 꽂혀서 S, E와 함께 종종 와플을 잔뜩 만들어서 피카를 즐기곤 했다.
또한, 밖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사 마셔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맛이 진했다. 스웨덴은 차가운 커피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없어서 아쉬웠다.
존중의 나라 스웨덴 답게 네이션에서도 당연하게 채식주의자용 샌드위치를 따로 팔았다. 콩고기가 들어가 있고, 카레 맛이 났던 걸로 기억한다. 여담으로 웁살라 시내에 이와 비슷한 샌드위치를 파는 가판대 가게가 있는데 진짜 맛있다.
즐거운 피카를 마치고 기숙사에 돌아왔고, 폭주가 시작됐다.
위 사진은 필자의 2월 강의 스케줄이다. '한국에서도 못 해본 공강을 어찌 교환학생 파견와서 할 수 있겠는가'하고 단념했지만 그래도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여행의 욕망은 멈출 수가 없었다.
밤에 S의 기숙사로 놀러 가서 고구마 수프와 요거트를 얻어먹는 도중 어쩌다가 2월 시간표를 보게 되었다. 비슷한 처지였던 S와 함께 한탄을 하다가 둘 다 이럴 순 없다고 여행 관련 인터넷 서핑을 시작했다. 그리하여 피오르드라는 단어를 시작으로 노르웨이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한편. 북유럽의 지리적 이점을 노려 교환학생들이 많이 방문하는 여행 국가가 있는데 바로, 발트 3국이다. 부산 사람들이 배 타고 일본에 가는 것처럼 스톡홀름에서 배 타고 하루 안으로 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그뿐만 아니라, 주류 면세 + 싼 물가 + 독특한 장소가 맞물려서 필자 또한 가고 싶어 했던 곳이다. 다만, 배를 타야 하기 때문에 4명이 함께 한 방을 빌려야 보다 더 싸게 갈 수 있는 거였는데, 여행 계획으로 폭주한 이 날 발트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 멤버가 확정되었다.
여하튼, 당분간은 웁살라 지킴이로 살아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