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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작 그날 밤

오랜만이야 유럽!

by 소리

출국 빠빠이!

안녕 코리아!


2018년 1월 11일 오전 7시. 귀찮아서 미룰 때까지 미루다가 전날 부랴부랴 챙긴 캐리어 2개를 챙기고 집을 나섰다. 겨울 옷부터 여름옷까지 세 계절의 시간을 담은 캐리어는 역시나 무거웠다. 가족들과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안녕을 고한 뒤 그렇게 공항버스에 탑승했다. 전 날만 해도 캘린더에 적힌 '출국 빠빠이'라는 단어가 긴 여정에 대한 표현의 전부였는데 설렘과 부담감이 떠나는 당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찾아왔다.


역시 인생은 실전이야


그렇게 차가운 겨울바람 사이로 낯선 감각이 온몸에 스며든 채로 잠시간 눈을 감았다. 1월 11일. 목적지는 인천공항이다.





공항에 도착한 뒤 이번에 같은 학교로 배정받은 동생과 그의 가족을 만나 인사했다. 같이 짐을 부치고 동생에게 남은 시간 동안 가족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카페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한 뒤 잠시간 헤어졌다. 어슬렁 거리던 중 발견한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냠냠 먹다가 동생과 다시 만났다. 생각보다 출발까지 시간이 꽤 남아 가게 의자에 앉아서 핸드폰 정지하기 전까지 와이파이의 힘을 빌려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한국이 괜히 인터넷 강국이 아니다. 역시나 불변의 법칙답게 시간은 흘렀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어폰과 기타 담요들을 받았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주머니 속에 구겨놓은 내구도 약해 보이는 이어폰을 요긴하게 쓸 줄 몰랐다.


비행기 탑승의 꽃은 기내식이지


약 10시간 정도 되는 긴 비행이라 그런지 기내식이 두 번 나왔다. 난생 처음으로 기내식 두 번 먹어봤다.(두근두근) 신나는 마음에 이 모든 게 다 추억이라며 두 번의 기내식을 사진에 담았다. 아래는 그 날 비행기 타고 약 5시간 정도 지난 뒤 남긴 메모다.


오랫동안 앉아있으면 엉덩이가 아프다는 걸 오늘 깨닫는다. 지금은 폴란드로 가는 비행기 안인데 4시간 뒤에 도착한다고 한다. 오늘부터 교환학생 첫 시작이다. 얼마나 많이 기록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내가 꾸려가는 삶에서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뽈뽈 거리며 많이 돌아다녀봐야겠다. 막상 디데이가 다가오니까 빨리 가고 싶다는 마음보다도 일주일만 더 있었다면 더더 게으르게 느긋하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ㅋ공항버스 타기 전에 엄마랑 포옹하고 왔는데 나도 그렇고 남은 가족들도 돌아올 때까지 몸 건강히 있었으면 좋겠다.




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 위한 여행!

폴란드 시간 기준(시차 -8) 1월 11일 오후 2시경에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도착 한 시간 전, 마음은 두근두근하지만 체력적으로는 이미 지쳐버린 상태에서 끄적인 글을 올려본다. (체력 반성...)


골반 아래로 하반신이 저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앞으로 한 시간 후면 바르샤바에 도착한다! 낮이랑 밤 표시돼있는 거 보니까 폴란드는 낮인데 한국은 컴컴한 밤이라고 떠서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일단 얼른 내려서 스트레칭 좀 실컷 하고 몸 좀 풀어야겠다.

흐아아아 곧 다가오는구나. 어찌 됐든 시간은 흐르니까. 내가 선택한 결과라는 걸 항상 생각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보자. 흐웅 가족들이랑 친구들이랑 연락하고 싶다 크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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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도심까지 20분 밖에 안 걸리는 바르샤바


다음 날 오전 6시경에 스웨덴 스톡홀름행 비행기가 예정되어 있는지라 처음 예약할 때부터 폴란드 공항에서 노숙하는 걸 감안하고(이 와중에 노숙 강행군이다 ㅎ) 레이오버를 해서 하루 바르샤바 시내 관광을 하기로 마음먹었었다. 폴란드 화폐 -1 즈워티에 한화 약 300원 정도 한다- 로 한화 약 30,000원 정도를 환전한 뒤 배낭들을 보관하고 밖으로 나갔다. 동유럽도 겨울인지라 시내에 나가서 잠깐 구경했는데도 금방 어두워졌다.


시내 도착해서 처음으로 먹은 음식. 이 와중에 아이스 음료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할 때 쉴 수 있는 공간 중 공항을 제외하고 최고의 장소는 스타벅스라고. 이날을 빼고도 몇 달간의 해외생활 동안 스타벅스와 함께하는 시간은 쉼 그 자체였다. 추울 땐 따뜻하고 더울 땐 시원하며 모자란 데이터를 위로해주는 와이파이가 구비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카페에 와이파이가 없는 게 정말 드문데 유럽은 오히려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기억나는 일화를 소개하자면 스웨덴에서 지내던 중 어느 카페를 갔는데 핸드폰 대신 사람과의 대화를 장려하는 의미에서 와이파이가 없다고 적혀있었다.


본격적으로 걷기에 앞서 잠깐 몸 좀 녹이고 쉬었다가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들어간 거였는데, 몸은 녹이고 손은 식히고 나왔다. (···) 참고로 필자는 주황색 음료를 마셨다. (이름은 모르겠다)


반짝거리는 커다란 선물 상자를 바라보는 귀여운 방울모자를 쓴 아이.


위 사진은 여행 다니면서 찍은 사진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좋아하는 사진이다. 내가 생각하는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의 겨울을 잘 표현한 것 같아서 볼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폴란드 거리도 이곳저곳 크리스마스의 흔적들이 색색깔의 불빛으로 남겨져 있었다. 거리에 결코 사람이 적지 않았음에도 마치 조곤조곤 속삭이는 듯한 잔잔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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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사로잡는 불빛들의 향연 (이라고 쓰고, 아이폰 6s의 눈물 나는 야간 촬영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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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우연히 들른 광장 중앙의 스케이트장. 주변에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가판대가 있다.

마치 서울 시청 앞 스케이트 장처럼 이곳도 많은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매우매우매우 타고 싶었으나 당연하게도 스케이트가 없어서 탈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은 살포시 접어두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식. 벽에 눈꽃이 한가득이다.
폴란드의 흔한 겨울녘 시내 거리.


위 세 사진 중에서 가운데 사진을 보고 떠올리는 게 있다면 아마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감히 추측해본다. 딱 보자마자 '파주 영어마을이다!'라고 생각했다. 소음공해가 절로 생각날 정도로 네 개의 서로 다른 건물들이 찰싹 붙어있다. 이 와중에 서로 다른 다양한 색으로 건물을 칠했다는 점에서부터 한국과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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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게 정돈된 거리와 트램


한국과 또 다른 다른 점이라면 바르샤바의 경우 건물과 길 대부분이 딱 떨어지는 직선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부분적으로 시간에 걸쳐 개발되어 통일성이 덜 느껴지는 반면, 유럽은 많은 도시가 계획도시라고 들었다. 한편으로 자전거 덕후는 이런 거리에서 자전거 타면 편하게 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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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파르페, 오른쪽은 핫초코.


어느 정도 거리 구경을 한 뒤에 미리 검색해둔 저녁밥을 먹으러 가기 전, 당분 충전이 필요하다는 만장일치의 의견에 따라 초코초코한 파르페를 먹으러 갔다. 바르샤바에서 먹은 두 번째 음식이고 어쩌다 보니 이번에도 아이스다. 푸근한 가게 주인분이 거침없이 당분을 가득 떠 주었다. 초코와 크림과 시럽은 항상 옳다.


앞서 말한 미리 검색해둔 유명 레스토랑으로 가서 예약을 건 뒤 근처 커피숍에서 핫초코를 마시면서 기다렸다. -그때 핫초코 위에 올려져 나온 휘핑크림이 진짜 맛있었다.- 그러다 예약시간에 얼추 맞춰서 레스토랑을 찾아갈 무렵, 동행한 동생의 건강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졌고, 결국 고민한 끝에 식사는 포기하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왔다. 공항으로 돌아오니 대략 22시 정도였고, 그렇게 우리는 다음날 새벽 6시에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 노숙을 준비했다.


로자나 레스토랑
주소 : Chocimska 7, 02-508 Warszawa, 폴란드

배틀트립에도 나왔던 폴란드 유명 코스요리 레스토랑이다. 코스요리인데 1인당 한화로 6만 원밖에 안 한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 육회 요리 진짜 맛있다고 했었는데... 다음에 바르샤바를 들릴 일이 있다면 이 레스토랑은 꼭 가보고 싶다!


폴란드 공항의 경우 누울 수 있는 장소가 잘 구성되어 있다. 우리의 경우 화장실 가깝고 푹신하고 평평한 소파 같은 곳에서 꿀잠을 잤다. 그동안의 공항 노숙 경험을 돌이켜보면 폴란드 공항 정도면 노숙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공항 노숙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각 공항별 노숙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를 올린다.




- 공항별 노숙 정보 : https://www.sleepinginairports.net/


한국 > 스웨덴 이동수단으로 '폴란드 항공'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다.

좌석 별 간격, 기내식 맛 등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특히 유스(만 16세 이상 26세 미만) 요금으로 이용할 경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필자의 경우 추가 짐 비용 제외 편도 35만 원 정도 지불했다- 저비용의 무난한 서비스를 원할 경우 추천한다. 폴란드 항공이기 때문에 경유지는 폴란드 바르샤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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