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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한국 회사 생활 - 제가 MZ라구요?

어쩌다 보니 실리콘밸리 UXUI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by 소르지

[11회_한국 회사 생활 - 제가 MZ라구요?]

꼴랑 4년가지고?라고 말하신다면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미국물을 좀 먹고 한국에 돌아오니 한국은 정말 바쁘고 모두가 한 사다리를 바라보고, 나의 개성이 인정받기 어려운 나라로 느껴지더군요. 그 중에서도 가장 바쁘고 경직 된 곳은 역시나 회사였습니다. 임직원 수가 7만명인 어마어마한 글로벌 대기업을 입사할때 기대한 것들은 빈틈없이 체계적인 인사관리와 복지, 오랜기간 다양한 노하우로 다져진 탄탄한 팀 내 협업 문화, 풍부한 사용자 데이터같은 것들이였는데, 입사 후 저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건 미국과는 너무 다른 수직적인 문화였습니다.





나는 회사의 부품. 튀지 말고 가만히 있어



사내 정치와 견고한 탑-다운

처음 멋모르고 회사에 입사했을때는 생각보다 열린 사고방식의 동료들과 그리 어렵지 않은 상사들이 한국의 기업문화는 이제 많이 바뀌었나보다 생각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동료들의 사고가 말랑말랑해도, 큰 규모의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수직적인 구조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것을 곧 깨닫게되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나의 업무는 바로 회사의 매출과 직결되고, 모든 팀이 같은 목적과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일해야만하는 구조였습니다. 대기업에서 나의 업무는 회사의 매출과 직결된다기보다는 우리 팀과 본부의 성과 빛내기에 가까운 것이였습니다. 본부>센터>팀>파트 의 구조대로 내려오는 상사의 지시는 때로는 아묻따로 처리해야할 top priority의 task가 되었고, 외부의 고객 니즈보다는 내부 고객의 보이스가 더 크게 들리는 작은 나라로 느껴졌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일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상사의 가려운 곳을 누구보다 빠르게 긁어주는 수족같은 사람이였습니다.



근태가 업무의 시작이자 마무리

HR에서 나라는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에서도 나는 회사의 하나의 부품일 뿐이라는 것이 느껴졌는데요. 내 업무만 제대로 처리하면 근태 정도는 스스로 책임졌던 미국의 스타트업과 달리, 한국 대기업은 근태 관련 룰이 뭐 이리도 많은지… 예를들어 스스로 출퇴근 스트레스를 조율할 수 있게 마련 된 재택근무도, 출근 먼저 했다가 재택하지 마라. 금요일도 30% 이상은 사무실 출근하라. 사무실 출근 근무시간보다 더 오래 재택근무하지 마라 등. 두더지 잡기처럼 이 규칙, 저 규칙이 생겨나니 이럴거면 그냥 출근하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 회사는 나라는 사람을 누구도 대체 못할 역량을 발휘할 전문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기계의 한 부품으로 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워크샵도 work다

팀빌딩도 업무로 하는 한국회사 팀 워크 빌딩을위한 워크샵 역시 한국의 기업 문화를 보여주는 예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자신의 업무로 바쁜 2-3명의 사람들이 업무를 제쳐두고 워크샵 장소와 음식, 이벤트를 기획해야했고, 그렇게 떠난 워크샵 마저 회사의 지원금을 받으려면 뭔가의 “워크”를 수행해야했습니다. 주행용이 아닌 시험차를 (타이어가 빠지기 직전이였다는 차량을 피해서 다행이라 여기며) 타고 워크샵 장소로 이동하며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피쳐를 이용해보고 발표하기 같은… 워크요… 아무도 듣지 않는 우리의 성과 공유 발표같은 일이요… 무엇 하나를해도 보고서와 사진, 명분이 더 중요한 이곳이 정말 작은 나라. 작은 감옥같이 느껴졌습니다.





그 와중에 성장하기. 악착같은 한국인들


너무 나쁜 얘기만했나요? 그래도 한국의 대기업이 좋은 점 또한 분명했습니다. 저는 한국인들이 어느 나라를 가도 어느 기업을 가도 칭찬받을만큼 열정과 성실함 스마트함을 두루 갖추고도 심지어 겸손하기까지 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열정과 스마트한 업무방식, 어디서도 못들을 경험이 저에게는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브런치를 다시 열게 자극해주고 주말에는 컨퍼런스까지 주도적으로 개최하는 개미햝기씨라던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아도 200% 업무를 파고들고 책까지 낸 옆옆자리 책임님이라던지,,,요. 수직적인 업무 문화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열심히 일하는 동료와 부하직원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보면 언제든 어디서든 분명히 필요해지는 순간이 오고, 그 때 나의 전문성이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를들어 근태 압박으로 퇴근하고 억지로 간 디자인 컨퍼런스에서 얻은 디자인 시스템에 관련 된 인사이트를 업무 외 시간에 유투브 튜토리얼 검색 등으로 혼자 갈고닦았는데요. 이후에 디자인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TF 생겨 팀 단위의 툴로 사용 된 일도 있었습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이라는 차이도 있게지만, 한국과 미국의 업무 문화가 참 다르다는 생각을 여전히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을 재미로 하는 편이고, 책임감을 느낄 때 업무 효율이 올라가는 편이라 미국의 기업문화가 더 맞는 유형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음 한 켠에 미국에서 한 번쯤 다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이렇게 딴 마음을 품고, 지금의 회사에서 어떻게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는지 다음 편에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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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커피챗/멘토링 후 짧은 피드백을 부탁드릴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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