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소로소로니까
사회복지사 실습이 끝났다. 실습에 대한 두려움 반 카페를 열지 않고 남이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된다는 편안함이 잘 버무려져서 160시간 꽃밭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아이들을 등원, 등교시키고 실습하고 돌아와 밥만 차려주면 되는 깔끔한 일정이니까 어쩌면 그동안 마음에 짐(매출)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계획은 계획일 뿐 시작과 동시에 둘째가 아프다. 당장 실습처에 가야 하는데 머릿속은 꼬이고 어쩔 수 없이 남동생에게 카드 한 장 쥐어주고 병원에 갔다 점심은 알아서 먹으라고 했다. 며칠 아프고 둘째가 유치원에 가게 되자 첫째가 아프다. 귀신같이 아는구나 엄마가 집에 없다는 걸 중간에 추석과 대체휴일까지 긴 시간을 코감기, 기침감기, 독감, 폐렴, 다시 코감기, 미열과 배앓이 입원만 안 했지 병원을 들락날락 마음이 심란했다.
실습하면서 점심시간에 글 발행하는 야무진 꿈을 꾸었다. 결론적으로 실습처의 관대함과 달리 내 정신과 몸은 곤두박질쳤다. 이 보다 더 행복할 수 없는 실습처였는데 수면 부족과 아이들이 아프고 남동생이 눈치를 주는 것도 아닌데 불편했다. 실습하면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선생님 너무 피곤해 보여요. 민망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정도로 힘든 일이 없다고 손사래 쳐보지만 낯빛은 거짓말을 못 한다.
실습 이틀을 남겨두고 몸이 편해졌다. 그동안 혈액순환이 안 되어서 다리와 손이 부었는데 거짓말처럼 말짱해졌고 몸이 편안함을 느끼자 마음이 불안해졌다. 아... 다시 카페로 돌아가는구나 갈 곳이 있다는 건 좋은 건데 혼자 마주하는 시간이 두렵게 느껴지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이 들었다. 실습 마지막날 내일 해가 뜨겠지? 다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민이 들었다.
아직 취직 못한 남동생의 마음이 이런 건가 해야 하는데 갈 길을 못 찾고 도전이란 것도 쉽지가 않구나 아이들이 있어서 적극적인 취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기엔 경제적 독립이 절실하다. 사브작독서모임에서 베테랑의 공부를 읽고 임종령 통역사를 보면서 감탄사가 나왔고 내가 열심히 했어야 하는구나 누구보다 간절한데 왜 몸이 움직이질 않을까 나태함이 문제구나 서글퍼졌다.
내 임계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없었다. 공부도 삶도 죽도록 열심히 하자 마음먹고 실천하지 않았다. 그냥 딱 견딜 수 있는 만큼 개미처럼 평타를 치고 살았으니 고만고만한 삶을 살고 뛰어넘으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다 김누리교수 영상을 보고 최고의 위치의 부과 권력이 전부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모든 평가의 잣대가 1% 수 없다. 자존감이 낮아지는 시기엔 베테랑을 보며 열심히 으쌰으쌰 살고자 함을 다짐하기보다 지금 가진 것들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회복하는 탄력성이 필요할 거 같다. 매번 다음기회를 외치는 웃기고 슬픈 일상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제일 잘 들여다보는 시간의 한계점을 넘고자 한다.
다시 자판을 두드리기까지 망설여지고 써지지 않았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와 부끄럽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추석연휴에 글을 안 쓸 거면 책이라도 보자 싶어 최은영 작가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 읽고 정말 잘 쓰는구나 나랑 레벨이 다르다는 걸 느끼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차올랐다.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쓰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1%가 아니라도 괜찮아
적당함 삶도 나쁘지 않다고 다독여 본다. 굿잡. 소로소로
불안하면 불안한 데로 행복함을 느낄 때 오롯이 그것에 집중하자.
매일 나는 24시간 임계점을 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