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쓴 것은 언젠가 정산된다

by 소로소로



모든 계획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했다. 아이들 방학이 끝남과 동시에 독서지도사 시험을 보고 이틀뒤부터 실습을 나가면 되는 하나씩 클리어한 스케줄 더군다나 실습지도자가 새벽수영에서 안면을 튼 사이니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라며 반짝반짝한 9월이 펼쳐질 거라 생각했다.



평생 호락호락 한적 없고 내가 노력한 것만 따먹는 적금이자 같은 삶이 또 시작되었다. 가뜩이나 눈에 들어오지 않는 시험은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벌렁 거려 왜 이렇게 떨리지 2주나 남았는데 코로나 후유증인가 싶을 정도로 가슴이 조여왔다. 오랜만에 펼쳐든 전화번호부 두께 책이 부담감으로 숨이 턱 막히고 딸까지 일주일 내 아파 남동생에게 맡겨두고 종일 티브이와 한 몸일 아이를 생각하니 맘이 좋을 리 없었다.





시험 보기 전 부정방치 테스트 차원에 치러본시험이 너무 어려웠다. 아 떨어지겠구나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때부터 책이 눈에 들어왔고 느낌적으로 이번엔 힘들겠다 원서비 아까워서 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본시험은 테스트 보다 쉬워서 붙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결과는 보기 좋게 떨어졌다. 실기만 붙어서 다음에 필기를 봐야 하는 아쉬움 보다 다시 볼 생각에 화딱지가 났다.



실습은 어려울 것이 하나 없었다. 편안하게 대해주는 분들과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나에겐 즐거웠다. 다만 새벽 수영과 실습 집안일이 꽉 찬 24시간이라 지쳐 잠들기 바빠 글과 책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읽고 쓰는 삶이 지워진 죄책감 따위 들지 않았고 외면했다.



브런치북이 올라오고 멋있게 쓰는 다른 작가의 글이 부러워 브런치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로로에서 위로받고 당분간 거기서 글 쓰며 지내며 식물 키우기가 치유된다고 믿었다. 아니 믿어보고 싶었다. 내 정성과 달리 식물은 자라지 않았고 시무룩한 마음과 글쓰기 초점이 나가버려 그로로 역시도 미끄러지고 있다.






사회복지 실습이 반을 지나 순항을 하고 있는데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갈 카페가 거북하고 낯설다. 다른 무언가를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했다. 갈 곳을 잃은 사람처럼 불안도가 차곡차곡 쌓인다. 적금을 넣으면 이자가 당연히 붙는데 나의 노력은 언제쯤 만기가 될지 적금 풍차 돌리기 하는 여유의 날이 오기를 바란다.




애쓴 것은 언젠가 정산된다


읽고 쓰는 삶을 살다 너무 놓아 버리는걸 아이가 알아챘다. 엄마 요즘 글 안 쓰는 거 같다며 오늘은 혼자 먼저 잘 테니 꼭 쓰고 내일은 같이 잠들자는 아들의 당부에 힘을 모아 오늘의 나를 기록한다. 8월보다 9월은 반드시 좋을 거라 믿었다. 9월보다 나아질 10월을 기대한다. 늘 그랬듯이 열심히 살다 보면 그 끝은 어떻게든 정산이 될 것이라 주문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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