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 개집사입니다

by 소로소로


해피가 쏘아 올린 공이 생각보다 컸다. 그저 그런 일상을 썼을 뿐인데 글이 픽 되었다는 건 조회수 폭발로 짐작하고 있었다. 글태기로 인해서 자존감도 떨어졌는데 글이 어디서 떠도는지 하루종일 궁금함이 더해질 뿐이었다. 브런치 작가들은 홈&쿠킹에 픽 되어서 별생각 없이 홈&쿠킹을 들락 거려도 내 글을 보이지 않았다. 개가 홈도 아니고 먹거리로?!?!? 올라올 수도 없는 걸 생각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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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모임에서 캡처 사진이 올라왔다. 동물에서 픽 되었다고 보내주신 사진에 해피가 휴게소에서 판매되는 장난감 강아지처럼 귀엽게 자리 잡고 있다. 조회수 보다 놀라운 건 라이킷과 구독자가 빠르게 늘었다. 이제껏 쓴 글이 구글에서 사랑받았던 적은 있어도 조회수로 끝났는데 이번엔 달랐다. 뭔가 후속으로 해피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해주는 사람들과 시고르자브종을 처음 들으신 분은 유럽종처럼 엘레강스한 종인줄 알았다며 물어보는 웃픈 이야기와 예쁘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 해피에게 내 지분율은 사실 0%인데 급작스러운 개집사가 된 기분이 들었다.



급작스런 주목을 받아 기분이 좋아진 브런치 작가는 해피에게 보답을 해야 할 거 같았다. 쿠팡을 검색해 개집을 사주고 싶었는데 아뿔싸 밖에서 사는 개를 위한 집은 없다. 알고 있는 개집은 파랑에 빨강지붕인데 요즘 트렌드랑 안 맞는구나 빠르게 당근에서 검색해 봐도 시고르자브종을 위한 집이 없다. 우리 자브종의 위치가 이렇구나 거의 아파트와 주택살이 같은 건가 괜찮아 다독다독 그러다 발견한 해피와 같은 색 집을 찾아 당장 가지러 간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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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뭐 벤자민무어페인트 조색으로 탄생된 집이다. 털과 같은 색의 깔맞춤 베이지 집을 선사했다. 빠르게 가져온 집이 맘에 드나 보다. 해피는 천 원 집은 이천 원 뿌듯함도 나의 몫이다.



KakaoTalk_20231013_115654531.jpg 미모의 완성은 속눈썹과 촉촉한 코



딸아이가 너무나 하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 강아지에게 놀잇감 사주기를 드디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피는 놀잇감에 1도 관심이 없고 장난감삑삑이를 연신 누르는 건 딸이다. 어려서 개껌을 줘도 되나 고민했지만 자꾸 이빨로 건물주의 텃밭에 들어가 풀을 뽑아대고 신발을 물어뜯어서 줬더니 세상 행복하게 좋아한다. 해피에게 필요한 건 오도독 씹는 개껌이 필요했나 보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주면 연신 똥을 싸서 원래 이렇게 많이 싸는 건가 혼란스러웠다. 신생아를 키운 지 오래되었더니 기억을 망각하게 되어 아기는 먹고 싸고 싸고 먹고 반복인 것을 말이다. 어느샌가 건물주의 텃밭 제일 후미진 곳은 해피의 똥세권이 되었다. 어린 강아지가 더러운 걸 알다니 한 두 번은 우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 뒤로 건물주는 풀로 쌓여있는 공간을 청소해야겠다고 말했다. 어머니 그렇게 치워 달라고 할 때는 다 거름이라고 동문서답하시더니 똥세권이 중요하긴 했나 보다.



하루종일 브런치 조회수를 보다 언제부터 누렁이를 키우기 시작했나 이제껏 키웠던 개와 고양이까지 하나 둘 생각하게 되었다. 거의 대부분 돈 주고 사본적도 내가 골랐던 기억은 없지만 10마리 이상은 키워본 거 같았다. 인생의 반 이상이 동물과 함께 했구나 심지어 지금도 뜬금없이 개집사가 되었다. 소유권은 물론 엄마에게 있지만 말이다. 어린 시절에 찍었던 사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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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 집에 존재했던 개다. 돌이 지나고도 걷지 못했는데 개를 보겠다고 한발 두발 세발자국 떼고 주저앉은 모습을 엄마가 찍어 주셨고 꼬맹이가 좋다고 바싹 엎드려 꼬리를 흔들며 웃는 모습이 사진으로 남겨있다. 해피가 아니었다면 꺼내보지 않았을 사진첩 속 기억에 그때 살던 집도 찬찬히 보고 아마도 아빠가 만들었을 거 같은 나무로 만든 개집도 보인다.



내 기억 속 즐거웠던 동물의 추억을 아이들도 이어갈 수 있겠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해 배려하고 아껴주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추억이 방울방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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