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5시 20분 알림이 울린다. 한치에 망설임도 없이 벌떡 자리를 박차고 나와 양치를 하고 고양이처럼 눈곱만 떼고 의자에 앉아 심호흡을 한다. 아우 가기 싫어 곡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5시 35분 두 번째 알림이 정신을 차리게 한다. 분홍색 목욕 바구니에 수영복을 챙기고 발에 힘을 실어 일어난다. 이 행위를 하기까지 생각은 없고 오로지 루틴에 의존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루틴이란 단어 몸에 습관이 베이면 그냥 하게 되는 미라클 모닝이다. 새벽기상 7개월 차 루틴이 생겨서 쉽게 일어날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격하게 더 자고 싶다.
어떤 행함에 있어서 하다 보면 적응이 되고 잘하게 된다고 한다. 글쎄 그건 어디까지나 의지가 만렙인 사람들 혹은 이루고자 하는 확고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자기 개발서를 어느 순간 읽지 않는 이유다. 매번 같은 말 지겹단 말이지. 새벽에 꾸준하게 일어나게 된 나의 동기를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첫째. 마른 비만이다. 남편이 제발 운동 좀 하라고 했지만 콧등으로도 안 들었다. 자꾸 나오는 배는 외면하면 그뿐이었다. 몸은 정직해 만성 피로가 쌓여 쉬어도 몸이 개운하지 않고 비타민을 먹고 추가해도 정말 잠깐 뿐이었다. 이러다 죽겠구나 한방에 죽으면 다행이지만 병시중받을 형편도 아닌데 아프고 싶지 않았다. 그 와 더해져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매번 운동기구와 운동복만 사는 당신과는 다르다고 소심한 오기까지 발동했다.
둘째. 카드 명세서처럼 정확했다. 덜도 더도 말고 쓴 만큼 청구되는 내역서만큼이나 운동도 한 만큼 나왔다. 몸이 비루해 파워가 약했다. 길이 또한 어떠한가 남들 팔 두 번 돌릴 때 난 세 번이다. 다리 힘은 어찌나 없는지 지치고 쳐졌다. 5개월 자유수영까지 주 5회 열심히 하다 보니 처음 같이 강습받던 20명의 동기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다 떨어져 나가고 초급에서 지금까지 올라온 3명이 상급에 전부이다. 수영장 보수공사로 3주간 닫았던 문이 다시 열렸다. 정확하게 헉헉 거리며 그동안 쉬었던 팔과 다리가 아프고 내 것이 아닌 것 마냥 움직였다.
셋째. 약속과 보상을 걸었다. 운동은 하고 있지만 아무도 날 바라봐 주지 않는다. 간간히 칭찬해 주시는 강사님과 못하면 배와 발바닥 스매싱이 날아오지만 나이 먹어도 우쭈쭈 보상은 필요하다.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수영복을 샀고 기쁜 마음으로 쫀쫀한 수영복을 튕기며 운동을 한다. 실력보다 또 사고 싶은 마음이 더 빨리 든다는 단점이 있다.
넷째. 목표치를 정했다. 한참 골프를 치러 나가는 사람들 모습이 부러웠다.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골프가 대중적으로 변했고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생각해 보면 나랑 안 맞는 운동인데 그땐 왜 그렇게 부러웠을까 지금이야 웃을 수 있지만 마음이 단단하지 못할 땐 어떤 사진을 보아도 꼬아 보이기 마련이다. 오래 걷는 것도 땀 흘리는 것도 유연성도 파워도 없는 나에게 딱 맞는 건 수영이다. 적당하게 힘들고 땀이 흐르지 않으면서 노력하면 몸이 반응하는 수영이 딱 맞았다. 목표는 남들이 제일 싫어하는 평영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다. 내 눈엔 평영 하는 사람이 참으로 우아하다. 다들 개구리 같이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뭐가 좋냐 말하지만 개구리 수영 자세히 보면 이쁘고 우아하다. 아침 드라마에서 김혜수배우가 평영 하던 모습이 아련하게 남아서 글래머는 아니지만 우아한 수영을 해보고 싶다.
다섯째. 정신이 맑아진다. 매일 새벽 어떻게 수영을 가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맑은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라클 모닝을 할 때 일어나서 차를 마시고 책을 읽기까지 힘들었고 글쓰기는 너무나 어려워 포기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짜증 내면서 깨우고 아침을 맞이하던 습관 빨리빨리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사라졌다. 새벽 샤워와 수영으로 혈액순환이 되고 몸을 한 템포 움직이고 와서 정신의 여유가 찾아왔다. 조금 더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보내니 우울했던 마음도 서서히 부서졌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불안한 걱정을 오래 잡고 있지는 않게 되었다. 늦게까지 릴스만 보면서 딴생각만 하다 새벽에 일어나려고 일찍 잠을 청하는 효과가 몸과 정신을 챙겨줬다.
여섯째. 좋은 향기가 퍼지고 라디오에 나오는 신나는 음악에 어깨가 들썩인다. 일어나 수영장을 향할 때 힘든 몸뚱이는 어느새 사라지고 운동 후 씻고 나와 주차장을 향한 발걸음이 가볍다. 마음속 게으름과 싸워 이겼다는 셀프 칭찬이 가동되고 젖은 머리카락 코로 새벽공기를 들이마실 때면 에센스 향기가 같이 딸려 들어온다. 새벽공기의 시원한 느낌 꽃 향기는 상쾌함이 배가 되어 다시 시작한 오늘 잘 부탁합니다 인사가 절로 나온다.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내본다.
내가, 좋아해
새벽수영, 글쓰기, 독서 나를 살아 숨 쉬게 하는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