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렸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들락 거리던 친정집은 커 감에 따라오면 할 것 없는 심심한 곳으로 변해갔고 마땅히 놀잇감이 없어 티브이만 보게 되니 오히려 데리고 오기가 망설여졌다. 해피가 집에 들어온 이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유치원 안 가고 싶다는 말은 쏙 들어가 해피를 보기 위해 등원 가기 위해 눈이 번쩍 떠졌다. 유치원 차량을 타기 전 25분간 해피와 놀기가 하루의 행복한 일과 중 하나였다.
주말은 깨우지도 않았는데 일어나 카페 언제 갈 거냐로 시작해서 같이 따라간다고 짐을 챙겨 나섰다. 평소에는 따라오지 않던 첫째까지 덩달아 준비를 완료했다. 계획에 없던 빗 방울이 한두 방울 내리다 굵은 비가 되어 쏟아진다. 아이들은 해피랑 놀잇감으로 놀아주려고 했는데 못한다며 울상이라 카페에서 잠깐만 놀아주라고 했다. 그 순간 쏟아지는 비를 피해 손님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고 내 눈은 얼음이 되었다. 개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해피가 있는 시간은 오픈 전이나 마감 전이었는데 아뿔싸 들어온 손님이 해피를 뚫어지게 본다.
어머나! 오시자 마자 해피를 들어 안고 솔톤 목소리로 아가라며 너무 좋다는 말이 나온다. 귀엽다고 쓰다듬고 안고 우쭈쭈 하시더니 뽀뽀를 하신다. 손님? 손님?!?! 시고르자브종인데 목욕은 시켰지만 밖에서 자라고 있어요라는 말은 들리시지 않고 몇 달 되었냐고 물어보더니 몸 구석구석을 보신다. 초면에 애정이 너무 과한 거 아닌가 개집사의 혼을 쏙 빼놓았다. 치아까지 꼼꼼하게 보시더니 귀를 뒤집고 저기요 어디까지 보실 건가요?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
남자 손님은 그제야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주문하고 본인은 대학에서 수의학과 전공인데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집에서 개와 고양이를 기른다고 했다. 다시 유심히 본 손님의 옷과 가방에 긴 털이 묻어 있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잠깐 사이 해피가 이곳에 오게 된 이유와 지금 상태를 이야기했더니 진도 믹스일 수 있다며 원래 시고르자브종이 건강하고 똑똑하다고 카페 마스코트로 키우라고 하셨다.
내년에 시험을 보면 정식 수의사가 된다는 말과 함께 가끔 지나가다 보러 온다는 말도 덧 붙이면서 건강하게 자랄 거라고 합격하면 정식으로 봐주겠다고 하시고 한참을 해피와 행복하게 보내고 가셨다. 한바탕 해피소동이 지나가고 한숨 돌렸다. 아직은 작은 존재가 왔다 갔다 하고 아플까 봐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 확실한 건 해피는 운명적으로 우리 집에 오게 된 아이가 맞다. 소소한 에피소드와 브런치에서 큰 사랑을 받으면 구독자를 몰고 오는 귀염둥이 해피 걱정하는 나에게 수의사까지 뚝 나타나 봐주고 떠나다니 분명 이건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다.
아침에 맞이해 주는 해피는 문 소리가 나면 2층 베란다에서 나를 반갑게 바라보고 있다. 오늘 저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있다는 눈빛을 보내준다. 촉촉한 콩자반 같은 윤기 좔좔 흐르는 코는 광이 난다.
1. 볼일 보고 후다닥 뛰어오는 해피
2. 건물주의 화단에 뭘 좀 뽑아 볼까 골라 보는 중
3. 날름날름 메롱 셀카도 찍어보고
시골 강아지 해피 적응 완료 하고 앞으로 추억 많이 만들어 보자. 덕분에 가족들이 웃으며 나눌 이야기도 많고 아이들도 보고 배우는 것이 늘어나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