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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Jun 09. 2024

자연에서는 꼴찌만 아니면 산다

그로로를 시작한 후 이렇게 가슴 떨리는 설렘이 있었나 싶다. 그로로팟 도전은 열정과 공을 들이면 들일수록 물에 말아먹는 상황이 벌어졌고 뽑아 준 게 미안할 정도로 성공은 먼 곳을 향해갔다. 야심 차게 시작한 마이리틀가든 역시 구매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우여곡절을 겪고 시작해서 그런지 오히려 다른 분들이 한 달이나 빨리 자라는 성장속도를 보며 이번에도 틀렸구나 생각에 마음을 비웠다.






코끝이 시린 겨울 여러 가지 일들이 잘 풀리지 않아 마음이 쓰렸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묵묵하게 하루하루 지내보는 마음과 유일한 사치이자 나에게 선물한 틔운 미니에서 여린 잎들이 하나둘씩 싹이 올라왔다. 낮과 달리 캄캄한 밤 고요히 잠든 시각 노란불빛으로 한결같이 내 시선을 잡아주는 녀석이 고마웠다.




마이리틀가든을 바라보며 욕심도 넣어봤다. 똑같은 시간과 영양제를 주었는데 꽃망울을 터트려주는 타이밍이 달라 아쉬움도 있었고 초록 연두 싱그러움과 여기저기 숨어 다음 꽃이 준비되며 기다리는 모습은 실망감을 파도처럼 지워버렸다.




유난히 샛노란 화려함은 황홀해서 집에 오는 사람들마다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왔고 마치 내가 길러낸 자식처럼 뿌듯했다.




순백 드레스처럼 깨끗한 백일홍은 흐트러짐 없이 피고 지고 정말 오래도록 보여주는 생명력은 인생과 같았다. 너 참 끈질기게 열심히다 칭찬받아 마땅하고 지금까지도 피어내고 있는 모습은 쌍따봉이 그냥 나온다. 녀석 덕분인지 사진제출 5시간 남겨두고 부랴부랴 제출해서 당당하게 후보에 올라갔다. 지금 생각해도 참 얼떨떨한데 인생은 정말 해보기 전에 절대 알 수 없는 일들이 있고 자연에서 꼴찌만 아니면 산다는 말을 체감했다.  



투표기간 내내 설레었고 글쓰기 친구들이 매일매일 응원과 투표로 화답해 주는 마음이 썩 좋았다. 공부와 담을 쌓았고 어디 뭐 이렇게 후보로 올라간 일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 한다. 길었던 2주 마지막날은 만감이 교차했다. 아쉽고 섭섭하고 다시는 못 보는 연인을 붙잡고 싶은 심정이랄까 끝내고 싶지 않았다. 결과는 우수상으로 정해졌고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 아닐까? 찰나의 순간 기쁨보다 아쉬움이 남았다.



글쓰기 친구가 말하길 처음엔 제출조차 할까 말까 망설이다 막상 후보에 올라 너무 기뻤는데 막상 차선이 되었다고 하니 기쁘지 않은 건 5등 하다 2등 해 놓고 1등 못해서 아쉽다는 거와 갔다며 학교성적에 비교해 주자 웃음이 나왔다. 정말 그 순간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맞아 원래 순위에도 없었잖아 큭큭큭 웃으며 뽑아주신 그로로와 매일 투표해 준 30여 명의 친구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고유한 작은 정원에서 또 하나 인생을 배웠고 세상 모든 경험은 언젠가는 쓸모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새벽 알바를 마치고 나를 강렬하게 환대해 주는 너에게 보답하듯 글을 쓰는 그 시간이 모여 여기까지 올라와 왔고 행복했다.





들었다 놨다! 마이리틀가든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는 5개월 너무 행복했노라 고백하고 싶다. 사실 이런 상 처음이다. 중학교 때 재난 글짓기상 이후랄까? 매일 밥상만 차리다 더 기쁘다.



자연에서는 꼴찌만 아니면 산다고 한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며 살다 보면 이런 행복도 찾아오리라 믿는다. 투표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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