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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Apr 01. 2023

샤넬 같은 여자

김수미의 우아함




태어나서부터 옹알이를 잘했다고 한다. 부모님 눈에는 얼마나 귀여웠을까 쫑알쫑알 종달새처럼 지저귀는 아이의 모습은 천성이 그러한 아이로 자랐다.

어린 시절 말하기 좋아하는 수다쟁이로 자랐는데 친구들도 유머가 있다고 좋아했고 그 또래 소녀들처럼 걱정과 관심사를 함께 나눠 공유했으니 서로에게 얼마나 애틋한 존재인가 아직까지 그 수다를 이어가는 묵은지 친구들이 있었다.




혼자 일을 하다 보니 하루종일 말할 상대가 없었다. 손님에게 건네는 말은 메뉴를 물어보는 것이 전부였고 저녁쯤 남편이 언제 퇴근하냐는 물음 정도가 끝이니 입에 거미줄이 안 생기는 것이 이상했다.

그렇게 3년을 지내다 보니까 일도 일이지만 우울증과 번아웃이 번갈아 오다가 자주 오는 손님들에게 내가 말을 걸기 시작했고 손님들도 좋아하셨지만 그 대화는 1분을 넘길 수 없으니 대화의 목마름은 쌓여갔다.



아이를 위해서 가입한 엄마표영어모임 카톡방에서 영알못 엄마로 굳건하게 자리 잡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조용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1년이 지나니까 영알못이 봐도 아는 책들이 등장하고 아이의 실력이 1 레벨 전진해서 물어보고 대답하는 일들이 쌓이자 손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가끔 나가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도움도 받고 서로 응원해 주며 전국구 모임이 형성되어 1년에 한 번은 전국에서 모이는 서프라이즈 한 일들이 생겼다.



영어 모임이 나를 다 채워주지 못해서 휘청거리던 찰나에 글쓰기 모임에 발을 담갔다. 230명쯤 시작된 브런치작가 카톡방은 처음엔 서로 조심스러웠고 존중과 응원이 공존하는 따스한 방이었다. 조금씩 발전한 작가의 방은 글쓰기, 육아, 병원, 남편이야기, 비타민, 물, 시댁, 종교, 우울증, 간소음, 직업, 저녁메뉴, 계절소식 주제도 다양하고 공모전 응모하라는 글은 수시로 올라왔고 당첨되면 축하 파티의 현장이었다.



작가님은 차가워요.
김수미 같아요.
말이 재미있어요.
글을 짧게 끊어서 올리는 거 같아요. 길게 붙여서 써주세요.



헉... 순간 멍해졌다. 결혼 생활하면서(할많하않) 많이 유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달라진 것이지 이영애 같은 조근조근함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말이 적고 많음이 아니라 카톡에도 톤이 전달되는 느낌이랄까 갑자기 발가 벗겨진 느낌이다.

 


아 창피해. 우아하게 변하고 싶다.




사실 김수미 배우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는데 옛날부터 우아함과 조용조용한 말투에 목말라 있었다. 평생 살면서 우아하게 말하는 삶을 살아보는 것도 좋을 텐데 난 왜 잘 안되고 쉴틈없이 말하고 있는지 말을 줄여보려는 노력도 해보지만 목감기나 손목이 너덜거리게 아프지 않은 한 쓰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무겁고 지갑은 가볍게 열리라고 했는데 반대로 꼰대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물어보고 싶어 진다.




온라인 독서모임에 우아옹작가님이 계시는데 말투가 너무 내 스타일이다. 말 주변이 없어서 너무 떨린다고 말하는 소녀감성과 본인의 억울함을 이야기할 때 울먹거림 청초함까지 그래 저거야!!!

애 셋을 낳고 키우고 있다는데 어쩜 저리도 우아할까.? 노력으로 변할 수가 있을까? 닮고 싶다. 가지고 싶다.

우아옹 작가님 저도 우아한 소로소로가 되고 싶어요. 작가님이 우리는 이미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있으니 소로소로님도 우아하다고 예쁘게 포장해 주셨지만 알고 있다 나는 우아하지 않다는 걸 말이다.




장롱에 자고 있는 가방 곰팡이 안 펴고 살고 있는 게 용하다



플레어스커트에 까만 단화 조그마한 가방 단정한 단발머리와 조용한 말투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즉시구매하고 싶은 아이템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자기 합리화 주문을 넣었다.


일단 가방이 너무 작아서 책이 들어가지 않아. (여전히 필요가 없군)
키가 작아서 플레어스커트는 다음 생으로 미루자.
조용한 말투가 아니라 말을 먼저 줄여야 하는데 가능하겠어?




샤넬 같은 여자 or 우아한 김수미



샤넬같이 화려하지 않으면서 맑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가질 수 없다면 어떤 우아함을 가져야 하는지 아직까지는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맛깔난 말과 다정한 정신차림을 선사해 주시는 김수미배우도 괜찮을 거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듣다 보면 다 옳은 말씀을 해주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얼굴과 말에 책임을 질 때라고 하는데 기대수명이 늘었으니 오십부터 나머지 생의 얼굴을 만들어 보기로 다짐해 본다. 반짝거리는 오십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지금처럼 읽고 쓰는 삶을 살아간다면 김수미 앞에 우아한이 붙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정함은 덤으로 따라붙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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