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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Mar 30. 2023

44 사이즈 만들기

젊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태어날 때는 멀쩡한 2.8kg 평균으로 탄생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앵두 같은 입술로 말이다.

앵두 같은 아이는 모유도 우유도 좋아하지 않아서 돌 때 8kg 꼬챙이 삶을 시작한다. 부모의 마음을 알턱이 없는 아이는 이유식을 주면 혀로 쏙 내 뱉어내는 게 일이고 새우깡을 한 봉지 줘도 며칠을 먹는 그런 식탐 없는 아이로 자랐다고 한다.



어린 시절 아침밥상은 국과 따뜻한 밥이 함께했었는데 그 당시는 당연했던 일들이라 그렇게 다들 먹고  사는구나 별생각 없이 자랐고 막상 내가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안 먹는 아이에게 따뜻한 밥상을 내어준다는 건 단언컨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엄마는 그렇게 평생을 32살까지 나의 아침을 챙겨주셨다. 아침을 매일 기미상궁 놀이를 했음에도 나의 꼬챙이 같은 몸은 한결같았으니 회사에서 이직할 때마다 들었던 말은 어디 아픈데 없지요?

지병이 있거나 그러면 미리 말하라는 코멘트가 따라다녔다.



한의원에 가서 맥을 짚으면 말씀하시길 산송장이나 다름없다고 웬만한 약으론 안된다며 남들보다 20만 원 추가된 약을 지어주셨는데 효과는 1%도 없고 다 똥으로 나가는 기분이었다.

물도 안 좋아해서 비타민도 연례행사처럼 샀다가 다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39kg 몸무게의 삶을 잘 이어갔다.



결혼을 하면 남편이랑 야식도 먹고 신혼의 달콤함으로 살이 찐다는데 전혀 변화가 없이 날씬쟁이로 남편회사 모임에 가면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 39kg 시작된 몸무게가 53kg까지 찍었고 걸어 다닐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봤던 게 최대에 몸무게였고 둘째 역시도 입덧으로 비슷하게 시작 몸무게는 만삭에 52kg 배가 불러보고 낳게 되어서 별 다름은 없었지만 예전의 39kg 몸무게로 돌아가지 않았다.



신혼의 달콤함보다 육아 스트레스가 더 윗단계였구나 꼬챙이에게도 고기병이 내렸는데 유독 치킨을 사랑했다. 뭐니 뭐니 해도 닭은 기름에 빠져야 한다며 불타는 금요일은 치맥데이로 10년을 유지했다.

한 마리면 충분했던 가족이 이제는 셋뚜셋뚜만 골라서 시키고 남편은 치콜 나는 치맥 서로 눈인사조차 없이 서로의 행복을 즐겼다.

치맥데이에 300미리 맥주는 500으로 가뿐하게 넘겼고 이제는 치킨 없이 저녁에 반주처럼 먹는 날이 늘었다.



42kg에 애들 엄마는 그렇게 점점 고기 추가처럼 1인분 추가합니다.  1인분 더요!! 물냉면도 하나 주세요.

몸이 요동쳤다. 나름 관리라고 하는 것은 집에 체중계로 46kg는 넘지 말라고 경고 사인을 줬다.

그 경고가 울리기 직전이 되면 고기와 맥주는 조금 쉬는 텀으로 지났는데 이제는 체중계를 보지 않고 내 똥배가 얼마큼 튀어나왔느냐로 가늠하는 엄마 손맛 같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내 신체를 털자면 155cm 39킬로의 삶을 제일 많이 살았고 굴곡 있는 몸매는 예전에 글러먹어서 최대 소원이 가슴에 워터 좀 넣는 거였고 출산 후 모유수유까지 해서 쪼글 해진 가슴은 더욱 초라했다. 살이 찌면 가슴도 찐다고 해서 좋았는데 가슴 찌는 속도보다 배 튀어나오는 속도가 더 빨라서 벗은 몸을 보면 소말리아 기아 난민처럼 배만 뽈록하게 튀어나와 볼썽사나웠다. 이러다 내 발가락 안 보이는 거 아니야 환장하네 우울했다.



마흔 살이 되면 죽을 거처럼 난리였던 생각들도 마흔둘이 되니까 진정이 되었는데 세상에 목에 주름이 지고 나잇살이 붙어버려 사진을 찍으면 투턱이 되었다. 베이킹을 하다 보니 등과 팔뚝에 살도 붙고 잘 돌아가 지지도 않게 되어서 나에게 가장 시급 한 건 운동이었다.

알고 있었다. 늙어서 고생하지 않으려면 어떤 운동이라도 해야 한다는 걸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와 아직까지는 살짝 괜찮아로 덮어 버렸는데 이제는 안 되겠다.


글쓰기 작가모임에서 자꾸 운동을 하고 사진들이 올라올 때마다 찔림이 올라왔다. 아 이러다 병들면 더 고생하겠다 두려움이 밀려와서 봄에는 뭔가 해야지 해야지 다짐만 하나 추가하고 뭉기고 있었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반찬을 주는 단 하나의 내 친구가 전화를 했다.



소로소로 뭐 해? 나 오늘 새벽수영 신청했는데 아직 자리가 남았데 새벽 6시 초급반이라 괜찮데 얼른가 봐.
그래...? 웬일이지 새벽에 자리가 나왔구나. 근데 동친 우리 같은 시간에 만나는 거야?
그렇지. 같이 수업받는 거 맞아.
우리 반찬만 나눠 먹는 사이 아니었어? 이제 알몸도 공유해야 하나 그건 너무 싫은데
장난해? 내가 더 몸이 말이 아니거든. 당신이랑 나랑 사이즈가 달라
뭐가 달라 짧은데 뚱뚱한 거랑 키 큰데 뚱뚱한 거랑 배 나온 거 다 같아 그냥 눈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그렇게 또 의식의 흐름 따라 돈을 쓰러 나갔다. 그래 뭐 수영복 집에서 입고 가면 되고 나갈 때 내가 먼저 나가주면 알몸 따위 마주치지 않을 거야 일단 쓰윽 긁고 안내장을 받아 들고 읽고 있었다.

담당자분께서 나의 뒷 통수에 말씀하시길 집에서 수영복 입고 오시면 안 됩니다. 여기서 샤워하고 수영복 입고 강습받으시고 씻고 나오셔야 해요.

네...... (아씨 귀신같네. 망했다. 역시 쉽게 되는 것이 없구먼 아몰랑 일단 가게로 가자)

알몸 창피함보다 수영장 기본 매너부터 잘 지켜야겠구나.








창문으로 바라본 파랑은 나를 설레게 했다. 그래 건강해지는 거야 안 돌아가는 팔을 돌려보자!!

등산은 힘들고 땀나고 겔겔 거리는데 수영이 좀 더 나을 거 같아 팔도 돌리고 말이지. 운동은 다 힘든 걸 알면서 또 이렇게 말 도 안 되는 세뇌를 해본다.



오자마자 쿠팡에서 수영복을 검색하고 있으니까 저번주에 갔던 워터파크 일이  생각난다. 사람도 많이 있지도 않았는데 그 와중에 나와 똑같은 수영복을 입었던 여자를 심지어 그 여자는 물에도 안 들어갔다. 원수도 아니고 진짜 뭐야 짜증 나 짜증 나를 연발하면 어쩔 것이여 우리 딸은 여기 문 닫을 시간에 간다고 하길래 살포시 일어나서 구명조끼를 빌려 입었던 일이 떠오르니까 쿠팡로켓 배송 장바구니가 망설여진다.



처녀시절 아담하고 귀여운 주머니쥐에서 그냥 햄스터가 되어가는 나를 두고 볼 수없었다.

굴곡은 없지만 패릿이 되는 건 어떤가 소로소로님 작은 귀여움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거 저거 하다 이제 새벽수영반도 하는 당신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2023년 마지막에 남아있는 당신의 부캐는 몇 개로 끝맺음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마지막 운동까지 완벽하게 채웠으니 일단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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