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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Mar 25. 2023

당신의 선택




남편에 로망은 새 차를 사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도 새집에서 살고 싶다고 차는 소모품이라 감가상각이 빠르지만 집은 그렇지 않다고 응수했고 새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애처럼 구는 남편의 모습이 싫었기에 단호하게 거절했다.




주위에서 너도 나도 차를 바꿨다고 들은 지 몇 년째 한결같이 이사 가면 대출을 더해서 사자고 눈도장 약속을 해줬다. 이사는 이미 태평양을 건너 안드로메다까지 건너간걸 남편도 알아서 이제는 포기에 이르렀다. 짠한 마음이 들지만 통장엔 차를 살 돈이 없으니 말이다. 마누라는 차에 관심이 1도 없는데 남편에 이런 모습에 일부러 옵션을 덕지덕지 붙여서 못 사는 가격을 만드는 큰 그림을 그리며 대리만족 하고 깔깔거리며 컴퓨터 창을 닫는 아이쇼핑 놀이를 가끔 해줬다.



시댁 행사에 눈치 없는 고모부가 차 이야기를 거들었다. 처남 차도 오래되었는데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며 휘발유를 들이부었고 남편은 부모님이 나이가 있어서 장거리 운전엔 이제 본인이 모셔야 하는데 차가 작다며 바꾸긴 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대답했다. 순간 낯이 뜨거워서 언제 이런 효자였는가 이 미친 시추에이션은 무엇일까 황당했지만 처음 보는 효자코스프레에 같은 편이 재 뿌릴 수는 없어서 웃으면서 화답을 보냈다. 


 

이어지는 고모부의 말이 뒤통수를 후려쳤다. 처남 그런 생각도 했어? 대단해 나는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네 그럼 앞으로 처남이 부모님 모시고 다니면 되겠어. 

우리 고모부는 순수한 영혼이라 이 말이 본인을 얼마나 깎아 먹는지 모르는 분이었다. 옆에 고모의 왜 저럴까 이 식사자리는 부모님도 계시는데 따가운 시선은 고모부만 모르고 고기에 최대한 집중을 하며 오물오물 드셨다.



이튿날 아버님이 만취해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가 2천 보태 줄 테니까 차 사라! 쿨하게 말씀해 주셨고 남편은 술이나 깨고 이야기 하라며 내일 되면 딴소리할 거면서 볼멘소리를 하곤 컴퓨터로 차를 서치 했다. 

평소에 남편이 너무 싫어하는 브랜드 욕하던 패밀리카를 선택했다. 여보 왜 이걸 선택한 거야 매번 욕했던걸 사면 너무 웃기지 않냐고 하자 돈과 타협해야지 패밀리카는 이게 최선이야 말하는데 아쉬움보다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오빠 그 차는 왜 양아치 카야?
응 젊었을 때 K땡 몰던 세대가 애를 낳고 이 차를 사고 폭주하거든 뒤에 우리 아이가 타고 있어요를 붙이는 국룰이 있어.
와우!! 그런 이미지의 차를 사다니 오빠 차 많이 바꾸고 싶었구나.
그래서 선팅을 진하게 하고 다니지. 
멋져부러 님 좀 짱이네요.




내 눈에만 보이는 사랑스러운 흰둥이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며 등원시키려고 구매한 경차를 몰고 다닐 때면 참 신났다. 내 취미는 붙박이장이라서 외부에 나가지 않지만 선택해서 안 나가는 것과 못 나가는 것은 천지차이니까 막상 차가 생기니 도서관 가는 길이 그렇게도 즐거운 지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콧노래가 나오고 초반에는 차 좀 빼주세요 전화조차도 반가웠다.



좁은 골목길에 운전도 쉽고 주차는 말하면 입 아프지 나의 최애 흰둥이를 몰고 시내에까지 진출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양보를 잘해주고 나 역시 끼워주는 쿨매너도 보여줬는데 유독 남편이 말한 K땡은 내 흰둥이를 보곤 으르렁 거리며 껴주지 않았다. 그리고 수입차들은 유턴신호에  회전할 때면 무시하기 일 수 화가 바락바락 나서 흰둥이의 으르렁을 보여줬지만 소리가 작은 지 콧 웃음을 치곤 사라졌다. 박아봐라 네가 물어줘야 하는 차수리비가 더 클 것이다라는 뻔뻔스러움에 씨빡_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지금은 단종된 흰둥이와
국민 욕받이 패밀리카의 글 소재는 오늘이 마지막이길 
모든 운전자여 역지사지 잊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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