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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롱 Sorong Jul 19. 2023

K-pop 아이돌에 대한 고찰 - 엔믹스편 (2)

[고찰]

2. 센터 선정의 문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국내 3대 기획사로 꼽혀왔던 JYP가 센터 선정 관련 잡음을 일으킬 줄이야...

센터 선정의 중요성을 이들이 모르지 않았을 텐데...

정말 예상치 못한 부분이라 조금 배신감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 아이돌이 멤버 한 명 한 명이 매력 있고 실력 좋고 또 노래만 좋으면 된 것 아닌가? 센터가 그렇게 중요한가...?'


단언컨대 정말 중요하다.

센터는 그룹의 정체성이자 색깔이요, 얼굴이다.

센터에 누가 서느냐에 따라 그룹 전체의 느낌이 바뀌고 눈에 띄는 정도가 달라진다.

즉, 센터는 데뷔 초반의 화제성을 끌어모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센터는 아이돌 그룹의 생명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중요한 그룹의 센터를 JYP는 과연 누구로 세웠을까?

그것이 왜 문제가 되었을까?

지금부터 한번 알아보자.




데뷔 초 엔믹스의 센터는 규진과 지니(현재 엔믹스 탈퇴), 특히 팀의 막내인 규진이 주로 담당하고는 했다.

그러나 문제는 팀에 '천년돌' 비주얼의 멤버, 설윤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이에 팬과 대중들은 '도대체 왜 설윤을 센터에 세우지 않는 것인가?'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곤 했다.

JYP는 대중의 성난 목소리를 인지했는지 데뷔 앨범 활동 2~3주차부터 센터를 설윤으로 바꾸어 세우기 시작했다.


초기에 JYP가 '규진을 센터에 세워야겠다'라고 판단한 이유가 무엇일지는 규진의 무대 영상만 보아도 바로 파악이 가능하다.

특히 이를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싱글 2집 ENTWURF의 타이틀곡 'DICE'의 뮤직비디오 도입부이다. 

'DICE'의 첫 소절을 부르는 규진의 모습은 곡의 분위기 자체를 살려주고, 보는 이로 하여금 '아 끼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규진은 팀에서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분명 표정, 모션 등 표현력이 가장 탁월한 멤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규진은 최상의 센터감 멤버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자꾸만 시선이 가게 하는, 한마디로 눈길이 가는 비주얼의 소유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계속 강조하지만, 절대 멤버 그 누구도 폄하할 생각이 없으며 멤버 개개인 모두 정말 개성이 있으며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니는 어떠한가?

최상의 비주얼 멤버라고 하기에는 어려워도, 센터로서의 자질은 분명히 보유한 멤버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니 센터의 대형이 최선의 방도냐고 한다면 글쎄... 그룹의 화제성을 위해서라면 그렇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각 멤버가 센터에 섰을 때의 경우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ⅰ. '규진' 센터의 경우

규진 센터의 엔믹스 (출처: 스포츠조선)

무난한 느낌이다.

엄청나게 조화가 이상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히 눈에 띄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그룹의 매력이 사는 느낌이 들지 않고 묘한 불안정감도 다소 느껴진다.

규진의 곡 소화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센터로서 그룹의 매력을 살리고 화제성을 끌어모으기에는 조금 역부족이라고 볼 수 있다.


ⅱ. '지니' 센터의 경우

지니 센터의 엔믹스 (출처: 연합뉴스)

그룹의 매력이 조금 더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지니가 센터로서의 존재감은 분명하게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센터로서 안정적 비주얼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표현력 또한 상당히 좋은 멤버이기 때문에 무대에서도 빛났을 대형이다.

그녀가 돌연 탈퇴하지만 않았더라도 차선책으로 선택할 만한 대형이었다.


그러나 역시나 7명 규모의 그룹에서 설윤을 사이드에 '수납'해두기에는 꽤나 큰 아쉬움이 드는 대형이다.

팀에 따라 장신 비주얼 멤버의 경우 그룹의 사이드에 서기도 하는데(Ex. 트와이스 쯔위, 있지 유나), 이들은 사이드에 위치해 있어도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빛을 발한다.


설윤도 장신의 비주얼이기는 하나, 설윤은 사이드에 섰을 때 빛이 확 죽는 스타일이다.

사이드에 서기에는 너무나 센터적 안정성을 갖춘 얼굴이라 그런 것일까. (센터의 비주얼에 대해서는 향후 보다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분명 괜찮은 대형이기는 하나,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대형이다.


ⅲ. '설윤' 센터의 경우

설윤 센터의 엔믹스 (출처: SBS 인기가요 현장포토)

'아, 이거다.' 싶다.

눈이 확 개안하고 속이 뚫리는 느낌이랄까.

그룹 전체에 안정감이 부여될 뿐만 아니라 전체의 매력이 확 살아나는 느낌이다.

설윤은 단순히 '예쁜' 멤버일 뿐 아니라 정석 미인상으로, 전형적인 센터상이다.

여기에 규진과 지니를 양 옆에 세우니 딱 안정적이다.


다만 설윤에게 센터로서 아쉬운 부분이 딱 하나 있다면 바로 '끼'이다.

분명 설윤은 노래에 춤까지 되는 올라운더 멤버이지만, 

간혹 향기 없는 꽃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이유는 끼 부족으로부터 오는 아쉬운 표현력, 그리고 여기에서 기인하는 매력의 한계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JYP는 도대체 어떻게 대처했어야 했다는 말인가?

답은 명확하다.

설윤의 끼와 표현력을 보다 강화한 후 설윤을 센터로 그룹을 출범시켜야 했다.


JYP도 명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데뷔 초기 화제성은 멤버들 중 설윤이 가장 높았으며, 이들이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지 못했다는 것을.


물론 '끼'라는 것은 대개 선천적 요인이라 트레이닝에 한계가 있는 부분일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최소한 지니를 처음부터 명확한 센터로 밀고 탈퇴 또한 막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JYP의 초기 행보가 아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예상컨대 JYP가 초기의 선택을 한 이유는 아래와 같을 것이다.

  

    1. 비주얼 멤버의 과도한 화제 집중 방지 (Ex. 원더걸스 소희, 미쓰에이 수지)

    2. 강렬한 컨셉에 부합하지 않는 설윤의 끼와 분위기

    3. 설윤의 장신 키로 인한 팀 비주얼 밸런스 붕괴 우려


그들의 사고회로가 어떻게 흘러갔을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그들의 감을 따랐어야 했다.


이렇듯 JYP는 엔믹스의 데뷔 초반 다소 의아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데뷔 직후 엔믹스의 화제성을 확 사로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물론 걸그룹의 화제성이 정점을 찍는 시기는 통상 2~3번째 앨범을 발표했을 때이다. (Ex. 트와이스 'CHEER UP', 아이브 'LOVE DIVE', 에프엑스 'NU ABO')


그러나 엔믹스는 사진 대형을 설윤 센터로 변경하였을 뿐, 데뷔곡 'O.O'에 이어 'DICE'에서도 뮤직비디오 및 무대의 센터를 규진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신인'이라는 이유로 쉽게 화제성을 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모두 놓치고 말았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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