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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롱 Sorong Aug 18. 2023

K-pop 아이돌에 대한 고찰 - 엔믹스편 (3)

[고찰]

3. 기획사의 마케팅 강도


앞서 언급하였듯 엔믹스는 '블라인드 마케팅(그룹명, 데뷔 멤버 등 기본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로 음반 예약판매)'으로 데뷔하여 그룹의 실력과 매력 그 자체로 승부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출격한 그룹이다.

어떻게 보면 '블라인드 마케팅' 자체가 국내 케이팝 씬에서 굉장히 신선한 시도였기 때문에 이 자체가 영향력 있는 마케팅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엔믹스의 블라인드 마케팅은 그룹 공개 이전 굉장히 큰 기대와 이슈를 몰고 왔다.

그러나 그룹 공개 후에도 이전과 비슷한 화제성을 유지했느냐 즉,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제대로 저었냐하면 

안타깝게도 그것은 아니다.


기획사를 막론하고 큰 투자금을 들여 신인 아이돌을 런칭할 때 이들은 그 누구보다 초기 화제성의 중요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중의 이목을 끄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하기 마련이다.

꼭 음악이나 멤버들의 매력뿐 아니라 멤버들의 가족 관계, 과거 이력 등까지 끌어내 어떻게든 사람들의 관심을 낚아낸다.


엔믹스의 데뷔를 되돌아 생각해 보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블라인드 마케팅', '박진영이 손 뗀 그룹', 'CD를 삼킨 그룹' 정도이다.

그나마 추가적으로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멤버 해원의 팬들이 자체 편집하여 유튜브 쇼츠 내에서 화제를 만들어낸 '사람이 어떻게 농담곰', '신흥 K-POP 교수님' 정도이다.


기획사의 마케팅 강도를 가장 단적으로 비교하기 좋은 곳은 바로 SNS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겠지만, 많은 기획사들이 자연스럽게 자사 아이돌을 홍보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등 SNS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에스파(aespa), 르세라핌(LE SSERAFIM), 뉴진스(NewJeans), 아이브(IVE)와 비교했을 때 엔믹스의 데뷔 초기 SNS 노출도는 현저히 낮았다.


물론 르세라핌과 아이브는 프로듀스 48의 파생그룹인 아이즈원(IZ*ONE) 소속 멤버들이 일부 포함되어 이전 그룹에서의 팬덤을 그대로 끌어왔기에 화제성 측면에서 동일 선상에서 출발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 와중 에스파는 당시 파격적인 ai 컨셉으로 장안의 화제였고, 뉴진스는 SM의 기둥과도 같았던 민희진표 걸그룹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엔믹스는 마케팅에 사활을 걸어야만 했다.


단순히 '걸그룹 명가 JYP의 신인', '트와이스를 잇는 후배 걸그룹'이라는 후광에 안주하기에는 '믹스팝'이라는 장르가 가져올 불확실함을 뒷받침할 보험이 필요했다.


그러나 너무 안주한 것일까..

어느새 SNS 피드는 경쟁 걸그룹 멤버들이 매력을 뽐내며 장식하게 되었고,

주요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는 대중성을 확보한 아이돌들이 점점 더 그 영역을 넓혀갔다.


4. 타이틀곡 중독성의 부족


마지막 요인은 사실 대중들이 가장 많이 꼬집고 있는 부분이기에 익히 알고 있을 부분이다.

바로 엔믹스의 '타이틀곡 중독성의 부족'이다.


엔믹스만의 '믹스팝' 색채가 가장 진하게 녹아든 곡들은 첫 두 곡 'O.O'와 'DICE'이다.

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좋게 말해 '새롭고 신선하다'였고,

나쁘게 말해 '난해하고 진입장벽이 있어 다시 찾아듣지는 않게 된다'였다.


비슷하게 '새롭고 신선하지만 난해하다'라는 평을 들었던 에프엑스(f(x))의 곡들과 엔믹스 곡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중독성'이다.


에프엑스의 'NU 예삐오', '피노키오', 'Electric Shock'를 떠올려보자.

이들은 모두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강렬함을 가지고 있었다.

시각적으로는 파격적인 헤어스타일과 의상, 강렬한 원색 톤의 뮤직비디오로 대중들의 눈을 홀렸으며,

청각적으로는 그야말로 휘몰아치는 비트와 화려한 멜로디를 대중들의 귀에 꽂아 넣었다.


엔믹스의 곡들은 새롭고 신선하며, 그룹의 컨셉에 맞게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이지만

중독성이 부족하다는 치명적 결점이 있다.

이것이 대중들의 입에서 '다시 찾아듣지는 않게 된다'라는 말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컴백곡 'DICE'까지 강한 믹스팝의 색깔이 유지되자 그래도 관심의 눈을 거두지 않고 있던 대중들은 결국 떠나가게 되었다.

이후 비교적 대중성과 임팩트를 모두 잡은 타이틀곡 'Love Me Like This'로 컴백해 자체 최고 음원 성적을 거두었으나, 

안타깝게도 이것이 반등의 기회가 되어주지는 못하였다.

국내 대중들을 사로잡을 골든타임을 놓치고 만 것이다.


엔믹스는 최근 미니 1집 'expergo'에 이어 4개월만에 싱글 3집 'A Midsummer NMIXX's Dream'으로 컴백을 하게 되었다.

선공개곡 'Rollercoaster'를 듣고 '딱 이 컨셉의 앨범의 소개를 맡기에 좋은 상큼하고 기분 좋아지는 곡이다. 곡 잘 뽑았네.'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타이틀곡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었는데, 기대가 너무 높았던 것일까?

'Party O'Clock'를 처음 듣고 '아...아쉽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곡은 좋지만 그래도 좀 더 임팩트가 강한 곡을 들고 왔으면 좋았을텐데...타이틀곡도 선공개곡스러운 느낌이 들어 상황을 반전시킬 만큼 강렬한 곡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JYP에 전부터 가지고 있던 불만이지만, 이들은 상황에 따른 태세 전환이 너무 빠르다. (이에 대해서는 후에 보다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믹스팝이 난해하다는 대중의 의견에 이번에도 또 JYP는 박진영의 손을 빌렸다.

엔믹스의 신곡 'Party O'Clock'의 작곡, 작사, 안무, 프로듀싱에 박진영이 참여를 했는데 이 때문일까? 

확실히 곡에서 믹스팝의 냄새가 옅어졌고 대중성이 더해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임팩트는 부족해 여느 걸그룹스러운 노래와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난해한 컨셉이나 음악에서 선회한다고 해서 갑자기 대중성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회를 한다 해도 어느 장르든 강렬한 임팩트는 필요한 것이다.


최근 행보를 보니 차라리 곡을 빨리 많이 발매하고 해외 투어 중심으로 돌리려는 전략을 취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JYP가 큰 애정을 가지고 만든 그룹인 만큼 이들의 대중성 획득을 위해서도 좀 더 심도 있게 고민을 많이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앞으로 엔믹스의 행보를 기대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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