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니 Mar 27. 2018

영화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봄이 오게 하는 것.


 끝날 것만 같던 겨울이 쉽게 가질 않는 봄. 여러분은 봄을 준비하고 계셨나요? 이 계절을 지내며 봄이 오도록 부단히 준비하던 조제가 떠올랐습니다. 긴 겨울을 지나 일 년이 지나 다시 겨울을 그리고 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줄거리

 알바 중이던 츠네오는 미스터리의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노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우연히 그 유모차를 끄는 노인을 마주치고 쿠미코를 만나게 되죠. 그녀는 걷지 못하지만 높은 곳에서도 겁 없이 뛰어내리고 누구보다 호기심이 많고 자신보다 똑똑한 여자였습니다. 남들과 달랐고 같을 수 없어서 그게 아름다운 사람.


 한 발작 두 발작. 두 사람은 가까워졌고 사랑을 했다.


 영화를 보고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도 조제를 응원하지 않을 사람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일일이 거론할 수 없게 좋은 장면이 너무 많으니까요.

 

 츠네오를 만나 오직 새벽과 집 안의 시간만 있던 쿠미코는 더 밝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이 소란스러운 시간을 갖게 됩니다. 유모차는 더 빨라졌고 세상은 더욱 재미있어졌죠.

 조제에게 새로운 세상은 책으로 꿈꾸던 곳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두려움의 공간일 거라 생각합니다. 어디를 가도 편하지 않을 것이고 그곳에는 언제나 시선이 있을 테죠. 그 무서운 일에 앞서 조제는 츠네오와 호랑이를 보러 갑니다.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을 츠네오와 함께 보면서 조제는 아마 그와 함께라면 새로운 세상에 자신도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겠죠.


 그리고 자리한 지나간 1년의 시간.

 물고기를 보기 위한 그 여행, 무엇하나 쉽게 풀리지 않았던 그 여행에 결국 조제를 부모님께 인사시키려던 계획을 접고 둘은 바다로 떠납니다. 버려졌지만 아름다운 조개들을 모으며 둘은 웃었지만 바람은 차가웠고 따듯한 온천이 아닌 가짜 물고기가 있는 모텔로 가죠. 

 어둠 속을 떠도는 물고기들을 보며, 잠시 눈을 감고 잠이 든 츠네오를 보며 조제가 한 말.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진 않아.

츠네오는 조제를 만나기 전 육체적인 사랑을 주로 나누었지 감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청년은 아니었습니다. '이별 후에 친구처럼 지낼 수도 있다는 것'은 그 정도의 마음을 나눈 사람일 테고 조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어쩌면 감당할 수 있는 그 이상의 마음을 나눈 었기 때문이었겠죠. 사랑이 끝이 나면 마음이 남아도 관계는 남지 않으니까요.

이별의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사실은 하나다. 내가 도망친 것이다.

 이상할 만큼 담담한 두 사람의 이별에서 츠네오가 도망쳤다고 생각한 것 역시 조제가 그에게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장애가 있고 그걸 넘어서 츠네오가 조제에게 가졌을 그 다양한 마음들을 일일이 설명할 순 없겠죠. 하지만 머리로는 막아보려 했지만 결국 식어버린 마음에 대한 죄책감이 분명 있을 겁니다.


 오히려 조제가 더 담담히 이별을 맞이합니다. 영화 속 많은 순간들에서 츠네오의 식어가는 마음이 느껴지고 조제는 그것을 지켜볼 뿐입니다. 조제는 알아 차린 것이 아니라 이미 결말을 정해 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쿠미코는 조제를 통해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고 그 멀어지는 사랑을 지켜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조제를 동경했을 테죠. 스스로 조제라고 불리고 싶어 하고 쿠미코는 츠네오와의 관계에 속에서 조제로 불리게 됩니다.


 츠네오를 만났을 때 조제는 이미 츠네오와의 이별을 준비했을 겁니다. 만남과 동시에 이별을 생각한다는 건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별을 경험해봤거나 버려지는 데 익숙하다면 이별을 준비하지 않고 만남을 하는 일,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는 일이 쉬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조제는 겨울을 나는 동안 생겨났을 작은 상처들을 꾸준히 치료했고 상처에 갇히지 않기 위해 겨울에 머무르지 않기 부단히 봄을 준비했죠.


어느 화창한 날. 앞서가는 자전거를 초조하게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조제를 만난 우리는 조제에게.


오랜만이야 조제, 잘 지내지?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 드라마 ;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