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부산.
한 달 전부터 지인과 잡은 부산 여행
작년에도 두 번을 연달아 다녀온 광안리였다.
지금은 너무도 좋은 부산여행이지만,
갓(딱 20년 전..) 20대가 되었을 때 갔을 때의 부산의 첫 기역은 그리 좋지 않았다.
지금은 술자리에서 부산여행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꺼내는 내 안주거리 이야기의 시작인데…
20년 전,
친구와 갑자기 예매한 기차표로 안양에서 부산까지 길고 긴 기차시간을 지루해하며 도착한 부산역은 설렘에서 실망감을 듬뿍 안겨주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무계획으로 갑작스러운 여행이었으니 제대로 된 숙소조차 알아보고 가지 않았었다.
그냥 역 앞에 숙소들이 있겠지 , 가서 PC로 검색해 보면 뭔가 나오겠지 하는 그런 마음으로 갔었다.
정말 야심한 시각인 12시가 훨씬 넘은 시간에 부산역에 내려서 숙소부터 잡는 게 먼저였는데, 그때 눈에 보였던 건 길 건너편의 네온사인들이 환하게 비추던 골목 하나였다.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그 골목 안으로 들어갔는데 한국사람들이 아닌 외국인들만 보이던 골목이었다.
한창 멋을 부리던 20대 초반의 여자 둘이 그 밤에 거길 지나가니 지나가는 외국인 남자들은 술에 취해 휘파람을 불고, 추파를 던지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말을 걸어오고 애써 무시하며 보이는 모텔 하나로 들어가려는데 5~6명 되는 동남아계 외국인들이 둘러싸면서 계속 말을 걸길래 악을 쓰며 쌍욕을 날려주고는 친구 손을 잡고 숙소로 냉큼 들어갔다.
지금이라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통역으로 해프닝으로 끝날 그 일이, 그땐 왜 우리한테 그러나, 왜 그리 무섭고 억울했었는지…
낯선 곳에서 한국인도 아니고 외국인들 때문에 반쯤 멘탈이 털린 친구를 달래고 다음날 일정을 상의하면서
내일도 그 외국인들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 속에서 내 첫 부산여행의 하룻밤은 그렇게 지나갔었다.
다음날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서 밖을 슬쩍 보는데 첫날밤에 도착한 모습과는 다르게 그냥 일반 상가골목처럼 보였다.
첫날 과는 다른 들뜬 마음으로 친구와 함께 밖으로 나가보니 왜 그 골목에 그렇게 외국인들이 많았는지 알게 되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간판에는 외국인거리(?)라고 적혀 있어서 외국인특화골목 같은 느낌이랄까…
낮의 그 골목에서는 낯선 외국어 보단 한국어가 더 잘 들렸고, 큰 도로로 나가보니 안전감을 느낄 그런 전형적인 한국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택시를 잡고 택시 부산역에서 송정 해수욕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