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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 Sep 28. 2021

시골의 고양이


은근히 후덥지근한 날이다. 하는 일이 재택근무가 거의라서 노트북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당기고 기분도 꿀꿀하다. 그럴 때면 자리에서 일어나 집 정원을 한 바퀴 돌곤 한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면 머리가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꽃밭과 들엔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숨어 있다. 시골 동네인 만큼 길고양이가 많은데, 처음엔 한 두 마리 보이는 정도였지만 엄마가 우리 자매와 고양이의 겸임 엄마를 자처한 뒤론 우리 집 마당에서 눌러사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그 아이들이 자라 2세와 3세를 낳고, 어느 날은 제가 낳은 새끼를 물고 와서 엄마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녀석도 있다.  



집안 곳곳에 고양이가 숨바꼭질 중이다.


기특하고 예쁜 것들!

처음에 엄마와 나는 고양이들의 기쁨만 보았다. 예쁘고 귀엽고, 하는 짓은 얼마나 잔망스러운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곤 했다. 하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거쳐 다시 새해가 돌아오고... 점점 우리는 어둠과 슬픔까지도 함께 알게 되었다. 마음을 모조리 줘버린 아이들이 영영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는 서로 붙잡고 통곡을 하기도 했고, 마을에서 고양이를 키우지 말라며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린 고양이를 약으로 죽여 집 앞에 여럿 던져놨을 때는 정말이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살고 죽는 일은 하늘이 결정하는 일이고, 우리는 그저 살아있을 때 열심히 사랑하자는 위로를 서로에게 건네며 우리는 좀 더 강하고 단단해졌다. 어쩌면 고양이들은 이미 아는 진리였을 것이다. 그들은 선물처럼 갑자기 오고, 사람보다 빠른 시간을 거쳐 무지개 너머의 빛이 된다. 한 번뿐인 생에 언제 떠날 것인지도 모르는 우리니까, 현재의 사랑에 더 충실하게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청소년기의 고양이


이름을 하나하나 붙여주고 밥을 주니 몸을 내 다리에 비비며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힘들더라도, 고 작은 아이들의 눈에서 신뢰와 애정이 읽힐 때 다시 우리 가족의 마음은 두근두근해진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힘들 때마다 그렇게 찾던 평화로운 마음은 멀리 있지 않았다. 지금 내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이 나의 행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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