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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 Sep 28. 2021

바질은 변신한다


햇빛이 눈을 찌르는 계절이 가까워지면, 집 뒤뜰에서 바질을 따온다. 겨울에는 내내 병조림으로 먹어야 하는 바질이 그야말로 여름날 아이처럼 쑥쑥 자라 올라오는 것이다. 맨 처음 딴 바질 잎을 입에 몇 장 밀어 넣고 꾹꾹 씹는다. 신기하게도 풋내가 녹색이다.



그 주에는 동생 친구가 보낸 선물로 꽤 질 좋은 잣이 도착했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바질 페스토를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노랗다기보다 뽀얀 잣은 머리의 고깔을 제거하고 돌절구에 바질과 함께 넣는다. 소금 약간을 넣고 힘차게 찧고 으깨어 잘 비벼준다.



소금은 입자가 굵은 바다 것으로 툭툭 털어 넣는데, 짭짤하게 간이 되기도 하지만 페스토가 쉽게 썩지 않게 해 주며 재료들이 잘 섞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로 간을 더 할 필요 없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줄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뿌리고, 이젠 열심히 갈아야만 한다. 돌쇠의 혼에 빠진 것처럼.





충분히 갈았다 싶으면 강판에 파마산 치즈를 북북 갈아 넣고 휘휘 저어주며 맛을 본다. 이때 나는 향기는 나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손으로 만들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맛. 요리사의 특권은 여기에서 나온다.


자, 이제 뜨거운 물로 미리 소독해둔 유리병에 바질 페스토를 담는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무엇을 해 먹을 것인지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여름이니까 냉 파스타, 간장을 몇 방울 친 비빔우동. 하얀 빵에 눅진하게 페스토를 발라서 오븐 토스터에 살짝 구워도 되고, 피자를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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