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나는 내가 경험하고 상상하는 이야기들을 조금씩 더 부풀려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초록 산이 노래지고 바다가 무지개 빛깔이 되기도 했다. 마냥 신나 있다가 목소리가 막힐 정도로 이야기를 하고 나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점점 나이가 먹으면서 그런 말을 많이 하지 않게 되었다가, 중학교 때 친구와 돌림 소설을 쓰며 예전 기억이 다시 떠올랐던 것이다. 왜 나는 거짓말을 한 거지?
소설을 함께 쓰던 친구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왜 나는 사실에 허풍을 더 보태 쓰는 걸까? 거짓말쟁이인가?"
두려움을 티내지 않으려 앞을 보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친구는 고민하는 듯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명쾌하게 외쳤다.
"그건 네가 이야기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우리는 언젠가 멋진 글을 쓸 사람들이고, 거기엔 너의 이야기가 필요해."
사실 아이일 때, 많은 어른들이 나의 말하는 방식을 지적하곤 했다. 요것이 깜찍하게 군다며 머리에 꿀밤을 때리거나 싫은 얼굴, 시끄럽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것은 나의 상상을 조금씩 지워버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네 상상이 좋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리는 언젠가 글을 쓰게 될 거고, 그건 눈부시게 빛이 날 테니까. 라는 말을 계속 떠올리며 버스로 한참이 걸리는 집까지 내내 혼자 걸었다. 거짓말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그러니까 세상 사람들이 코웃음 치는 이야기를 쓸 거야!라고, 더 허풍을 키워보겠다고 생각하며.
오늘은 그 친구를 만나러 가는 날이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녀석은 어떤 거짓말을 준비하고 있을까. 각자의 자리에서 소중하게 키워온 이야기를 오늘 모두 나눠야겠다. 그리고 꼭 말해줘야지. 어떤 구원은 어둠을 지르는 섬광처럼 온다고. 그게 나를 살게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