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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소 Dec 07. 2021

늦여름의 집착

더 들러붙어서 기억에 남는 걸지도 모르지.

 황혼은 언제나 뜨겁다,

나에게 있어서의 당신처럼.

가장 싫어하는 온도임에도 하늘의 색이 나를 흔드는 그런 기분 나쁜 애정. 애증.

 ...

 무화과에 꿀이 차는 계절, 황혼이 가장 뜨거운 계절.

늦여름은 생각보다 자기의 자리를 내어주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다. 곧 찾아올 본인과는 다른 온도를 시샘이라도 하듯, 어젯밤부터 피부에 들러붙는 미세한 열기를 나에게 남기고는 한다. 찝찝한 더위를 싫어하는 내가 실없는 상상을 하기엔 충분한 날씨였다.


 더위도 추위와 같은 성질이 있구나,

그런 면에서 우리는 닮았다고 보아야 할까.


그래 우린 서로에게 늦여름 같은 존재일까,

이 계절마냥 서로를 집착하는 관계

서로에게 찾아올 다른 온도를 시샘하는 사이.

사람들이 가을을 외로워하는 것은 단풍 탓이 아니라

늦여름의 집착 때문에 생긴 병든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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