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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소 Dec 07. 2021

바다라는 것

나의 고향, 나의 타지.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하염없이 고요해지게 된다. 몇 분, 몇 시간이 되었든 나는 언제나 그 순간의 바다를 내 눈과 마음에 담지 않고서야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때론 들어오라 손짓하는 듯한 수분의 웅덩이는 나를 유혹하면서도 밀어낸다. 나의 끝없는 바다는 물기가 넘치지만 파도의 소용돌이를 보면 볼수록 건조하기 짝이 없어지는 나의 가슴팍은 소금기에 쪼그라든 심장을 숨겨두기 급급했다. 바다의 푸른색은 우울한 행복, 모순이 가득한 나와 같다. 그렇지만 바다가 나와는 비교하려야 할 수 없는 높은 자리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것은 방금까지 느꼈던 동질감을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었다. 실패의 어머니는 어리석음이고, 질투의 아버지는 선망이다. 그저 그렇게 멋대로인 패배감과 경외감이 뒤섞인 선율을 속으로 읊다가 다시금 들려오는  파도의 연주에 나는 또 조용히 모래처럼 끌려다니는 것이었다. 또다시,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그리 큰 지평선의 경계를 따라 하듯 잔뜩 부풀어 오른 생각들은 우스운 듯이 포말과 함께 부서지고 바스러져서 볼품없게 된다. 나는 그렇게 양분 아닌 잡것을 바다에게 툴툴대듯이 버리고 오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리 되고 싶다고 마지막에서야, 솔직한 한 마디를 건네는 것이다.

당신은 언제나 그리 있었소 왜 나는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이오 언젠가는 우리가 함께할 수 있겠지 내가 당신에게 기생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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