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목련의 향과 능수벚꽃과 봄비가 바닥으로 바닥으로 가라앉는 계절이 왔다. 나도 그들처럼 오늘은 고개를 떨구고 그저 계속 땅만 보고 걸었다. 나르키소스가 얼굴을 처박고 호수바닥에 숨은 피앙세를 찾듯. 봄이 내겐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동시에 꽃피듯 나의 봄에 대한 애증도 기어이 피어났나 보다. 생기로 인해 행복한 것을 마냥 기뻐하기엔 영혼 어딘가 씁쓸한 게 남아있어서 추억할 기록만 몇 장 남겨두었다. 툭툭 떨어지는 목련잎이 투신하는 자보단 아무래도 추락하는 자 같았다. 언젠가는 봄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름은 예쁘고, 남의 모습을 죽이고, 그러나 근본에는 영양을 주는. 하지만 나쁜 짓은 그만하도록 하자. 고개를 젓다가 노랫소리에 묻힌 칼의 휘두름에 찔리는 상상을 하는 한새벽의 오아시스. 오늘의 나는 더할 나위 없이 호수에 얼굴을 처박고 내 손을 잡아줄 어떤 나의 투영을 원하는 한 어리석은 수선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