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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소 Jun 13. 2024

일기 2

제가 울더랍니다

애인 잃은 사람처럼 울더랍니다 제가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마음은 아픕니다 미련이 줄줄 새나 봅니다 담배 하나 피러 가는 일이 무거울 정도로 저는 시달리고 있나 봅니다 나는 항상 내 감정을 타인의 시선으로 봤을 때 깨닫곤 합니다 그걸 깨달아야 알 수 있는 것일까요 저는 감정이란 것을 제대로 알고 있기는 하는 걸까요 저는 가끔 어떠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괜히 찌질이처럼 나는 사이코패스야 하는 그런 아류의 궁상은 아니고 어떠한 감정들을 단어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감기에 처음 걸린 사람마냥 끙끙낑낑 아 목도 아프고 열도 나고 몸도 쑤시고 뭐야 이건 감기구나 끙끙낑낑 아 눈물도 나고 마음이 텁텁하고 숨이 안으로 곱아드는 느낌이네 아 이건 힘든 거구나 그걸 이제야 아니 힘든걸 이제야 아니 나는 힘들었던 거잖아 누가 봐도 참 우스운 일이죠 잡히지 않는 택시처럼 우습고도 힘든 일입니다 삶이 참 광대 같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긴 하니까 웃습니다 향기로운 줄은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역겨운 모양새도 종종 아름답답니다 맡은 바는 다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원을 얻기 위해 걷는 사람처럼 살기 위해서는 뛰어야 합니다 사실 이 뛰는 것은 Run보다는 Jump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런 말을 듣는 사람 중 한 명은 무조건 한 술 더 떠서 사실 날아야 한다고 하시겠지만 당신이 저에게 날개를 좀 달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좋아서요 날 위해서 날개를 달아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러면 나는 모독적 이게도 적어도 당신만의 천사는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스꽝스러운 흉내를 내더라도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니 십자가 모양의 전광판이 유난히 빨갛게 보이네요 오늘도 저의 보잘것없는 죄를 뉘우칩니다 아멘 내일은 조금 더 당신의 뜻을 행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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