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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소 Jun 10. 2024

일기

상실감은 무엇일까요

괴로운 게 많다는 건 확실하지만 결국 나의 상실감은 나르시시스트인 것 같습니다 내가 그 자리에 없어서 손실을 보는 사람보다 내가 더 안달복달 괴로운 것은 누군가가 봤을 때 웃기지도 않은 일이겠지만 결국 나는 앞으로 나아갈 힘이 벋쳐서 결국 찬장의 살구색 사탕 다섯 개를 꺼내먹고 말았습니다 늘어지는 박동과 급한 마음가짐이 연기를 아무리 마셔도 진정되지 않는 천장의 기분을 느끼기에 허무하기만 합니다 근래 들어 자꾸 어딘가의 다른 나를 상상하곤 합니다 베개커버가 많은 나, 내 머리통만 한 작은 빈티지 시계를 걸어두는 나, 큰맘 먹고 사버린 400만 원의 악기의 사치를 한동안 굶어야겠다며 웃어넘기는 나, 홀로 서서 점심을 차가운 과일 푸딩 따위로 달콤 씁쓸하게 넘기는 나, 그리고 그게 외로운 것처럼 기만을 품은 나까지… 나는 혼자이길 누구보다 원하지만 왜 그렇게 살지를 못했을까요 나는 어느 순간부터 후회를 하지 않았지만 머리로 도는 피가 자꾸 후회 비슷한 역병을 뇌 사이로 보냅니다 그러나 역병은 어떤 나쁜 약처럼 떠올릴 때만큼은 즐겁다는 것 때문에 이 생각을 멈추지 못한다는 부작용이 심하게 있죠 잔잔하던 파도치던 그러나 지금은 들끓는 망망대해는 대체 얼마나 변질된 걸까요 부글부글 끓어서 온천이라도 되면 좋겠지만 짭짤한 생물들의 목숨만 죽어서 위로 위로 둥둥 떠오를 뿐입니다 그 생물들이 저의 역병에 당한 생각들이라는 것도요 이렇게 저는 끓는 바다에서 가라앉지 못하고 점점 떠오르고 있습니다 후회 같은 거나 하며 점점 얕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미워지고 못나지고 할 수 있는 건 입을 움직이는 것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이젠 써 내려갈 가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나는 언제나 너보단 예쁨 받는다 생각했지만 이젠 나 스스로가 견딜 수 없이 더러워 보입니다 이마저도 사실은 나를 사랑하는 하늘에게 오만이겠지만 욕구가 욕구가

욕구에 절여져 있는 이 잠 깨는 순간에 왜 나는 식은땀을 흘리던 낮잠 시간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인지 온갖 욕구로 가득 찼음에도 대체 사람의 기본 욕구는 도저히 해내지 못하는 것인지 나는 이래서 안 되는 것이다 하고 누군가의 말을 인용해 계속해서 자책을 늘려갑니다 또 아이러니한 것은 나에게 그 말로 용기를 주었다는 것인데 내 이런 가벼운 삶 속에서의 가벼운 자살충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게 진심으로 혼을 내는 게 내심 웃기기도 유난처럼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누구나 한 번쯤 그렇듯 뻔하게도 나는 그 어투를 말을 계속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에겐 얼마나 미련남고 소름 돋는 일일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살구색 수면제의 작용이 더 크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얻는 상실감은 나에게 무엇일까요 그렇게 얻은 상실감은 결국 남에게서 오는 것이 아닌 나에게서 오는 것이었음을 내가 나로 인해서 느끼는 것을

결국 나는 나 자신 때문에 나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나를 호수에 투영된 나르키소스가 예쁘게 비웃습니다 걱정 마, 곧 거기로 뛰어들게,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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