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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소 Jun 14. 2024

일기 4

(관찰일기)

사람이 자는 뒤통수는 귀엽습니다 타고난 불면증 덕분에, 사실은 잘못 태어난 생체시계 덕분에 저는 잠을 잘 못 자다 보니 다른 사람의 눈 감은 모습은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그래서 가만히 감긴 눈도 좋지만 잠을 견디지 못하고 꾸벅꾸벅 조는 것을 보는 것도 저는 꽤나 많이 좋아합니다 몸에 염증이 가득 차서 기절하는 것 외엔 잠이 쏟아지는 느낌을 잘 느껴본 적이 없는데, 사람이 조는 것을 보면 그렇게도 피곤할까 하고 피식피식 웃으며 바라보게 됩니다 제가 생각해도 이건 조금 악취미적인 것 같긴 합니다만 사실 잠을 견디지 못하는 건 아무리 많이 자란 인간도 지닌 어리숙한면 중 하나이지 않습니까 미성숙이란 건 아무래도 남이 보기에 즐거운 법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전 아직도 사람이 조는 것을 보는 걸 좋아합니다 누구나 그렇지만 특별취급은 기분이 더 좋은 법이죠 제 앞에서만 유난히 풀어지는 눈을 보고 있으면 감긴 눈꺼풀이고 속눈썹이고 점점 뭉치는 머릿결이며 뽀얘지는 볼이며 당장에 살살 어루만지고 싶어 집니다 단잠에서 깰세라 그러지는 못하지만 말이죠 물론 이건 각별한 사이인 사람에게만 드는 감정이고 아무나 제 앞에서 고개를 떨군다고 음흉하게 바라보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의 눈감은 모습은 꽤나 귀엽습니다 당신도 깊고 편안한 잠에 가라앉았으면 좋겠네요 그러니 오늘도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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