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에게

당신의 이름에게

by 낮의 그늘



오늘은 회사에서 누구랑 다투었어.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그 때 그 말을 하지 말 걸, 그냥 참고 가만히 있을 걸. 그렇게 후회만 했어. 미안하다는 문자 한 번 보내지 않고 그냥 방에서 후회만 반복했어.


그러다보면 찾아오는 자기혐오는 눈 깜짝할 새 자기연민으로 변질되고는 해. 방 안에 찐득한 유조선이 터지고 그 중앙에 웅크리고 앉은 나는 끝없이 끝없이 가라앉는 거야.


그러다 당신을 생각해.



사람들은 그저 깜짝 놀랐을때에도 엄마를 부르잖아. 나도 정신없는 우울을 헤메이다 뜬금없는 한숨을 토해내. 아, 엄마보고 싶다.

왜 나는 좋은 순간에 당신을 떠올리지 못할까?

여행을 갈 때에면 두고온 이름이 후회되고 함께 지낼 때에도 더 좋은 것을 해주지 못해 후회하고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후회하잖아.

쏟아지는 그것들을 어떻게 견뎠어?
어떻게 어둡고 짙고 무거운 후회들을 치워두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

엄마란 그런건가, 내 것이 아닌 역할을 상상하다가 다시 반복된 결론을 찾아. 난 그렇게 못 할 것 같아. 난 엄마가 내게 주는 사랑만큼 돌려주지 못할 것 같아. 그렇게 결론짓고 지겹게 또 후회를 반복해. 그렇지, 또 그렇게 굴러가는 거야.

난 있지 가장 따듯하고 밝은 곳에서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

소중한 이름이여, 꽃과 함께 두고 싶어.



엄마, 나는 때로 빈 방에서 엄마를 불러.

그 이름에 묻은 습기의 절반은 그리움이고 나머지 반의 절반은 애정이고 또 남은 일부는 미움이고 어떨 땐 그저 무결한 사랑이야.


당신과 이어진 감정의 길에 촘촘하고 튼튼한 거름망이 있었으면 좋겠다. 불쾌하고 습하고 어두운 것들을 모두 거르고 따듯하고 밝고 부드러운 것들이 이름 위에 쌓였으면 좋겠어.

엄마, 시간은 흘렀고 난 당신이 나를 낳은 나이가 되었지. 우리는 마침내 서로 다른 방향에 서있어.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엄마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엄마로서가 아닌 한 사람으로. 누구네 엄마가 아닌 선, 온전한 당신으로. 이제야 그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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