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식

11월 1일 그 날

by 낮의 그늘

지금 갈게.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을 정도로 담담한 대답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침대 맡에 걸터앉아 오래도록 실감하지 못했다. 내 인기척에 잠이 깬 고양이는 어둠을 비집고 굽어있는 등허리에 제 뺨을 문질렀다. 뜨거운 온기. 오히려 차가운 쪽이 나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 즈음 비로소 현실이 찾아왔다.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어슴푸레한 새벽, 전화로 단잠을 깨운 통화 상대의 이름이 미처 꺼지지 않은 휴대전화에 맺혀있었다. ‘아빠덜(하트)’.



거울을 보기가 무서워 열 평 짜리 원룸 등을 켜지도 않은 채 검은색 옷을 찾아 행거 사이를 뒤적였다. 그때까지도 전원이 켜지지 않은 감정은 새벽 공기보다 차가웠다.


사무실에 연락해야지.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아직은 잘 통제된 슬픔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할 것을 명확히 구분했다. 컴컴한 방 안에서, 나는 가능한 그 나쁜 소식과 멀어지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새로운 메시지를 받은 휴대폰의 화면이 다시 밝아졌다. ‘아빠덜(하트)’이었다. 나는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화면에 뜬 그의 발랄한 별칭을 애석하게 바라본다.

할아버지, 돌아, 가셨다.

그가 깨물어야 했던 것은 그의 감정인가. 입술인가. 아니, 머리를 쪼개고 심장을 박살 내는 슬픔이었던가.

마침내 장례식장에서 누런색 완장을 달고 서 있는 아버지를 만났을 때, 그가 힘껏 깨물어 조각났던 그것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인자하게 웃고 있는 할아버지의 영정 사진 앞에서 나는 무릎을 꿇었다. 그제야 현실이 눈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 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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