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무엇을 보는 걸까

by 낮의 그늘



오늘은 내 고양이 자랑을 해볼까 한다. 며칠 전의 이야기이다.




어느 때처럼 반쯤 취해 몽롱한 상태로 침대에 앉아있었다. 날이 몹시 더웠다.


지금의 잔액이라면 에어컨 정도는 틀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 사치는 부려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지만 몸이 무거웠다. 더위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무한히 넓어지는 연민의 우주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고민이 이어진다. 에어컨 리모컨을 어디다 두었더라. 휴대폰에 한전 어플이 아직도 설치되어있나. 제습으로 틀어도 전기세엔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창 고민을 하고 있는 중에 세탁실에서 고양이가 걸어 나왔다. 날이 조금이라도 더워지면 세탁실의 타일 바닥과 한 몸이 되는 분이다. 여름에는 얼굴 한 번 보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함께 산지 8년. 그중 8년을 우울에 시달리는 룸메이트와 꼭 붙어 지내면서도 고양이는 다행히 건강하다. 녀석이 침대 위로 뛰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다음 순서는 익숙하다. 장딴지를 스치는 부드러운 털과, 곧장 배 위에 얹어지는 5킬로짜리 무게. 고양이는 검은 티셔츠를 입은 내 배 위로 올라와 곧바로 자리를 잡는다. 골골대는 모터 소리를 내면서 술 때문에 볼록한 배 위에 앉아 앞발로 내 명치를 꽉 붙잡고(이 자식..) 몸을 뉘었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뜨거운 더위에도 불구하고 인간보다 조금 더 뜨듯한 고양이의 체온이 따듯했다.







이토록 엉망인 내 삶에서 너는 무엇을 보는 걸까.

상대의 어떤 것을 보아야만 품 안에 안겨들어와 잠들 수 있는 걸까. 나는 늘 궁금하다.



결국 나는 에어컨을 틀지 못했다. 에어컨 리모컨을 찾으려면 몸을 일으켜야 하기 때문이다. 귀하신 분이 누추하고 볼록한 배에서 잠을 청하시겠다는데, 감히 몸을 움직일 수는 없지. 술기운이 조금 달아나는 것을 느끼며 나는 녀석의 정수리를 간지럽혔다. 귀가 팔락대는 소리에 숨죽여 킥킥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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