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퇴근을 하시고 집에 오신 아버지 뒤로 생전 처음 본 아저씨들 몇 분이 큰 가방들을 둘러메고 들어오셨다. 어리둥절해하는 가족들에게 같이 가족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머리도 빗고 단정하게 옷을 입으라고 말씀하셨다. 형들은 서로 신기해하면서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고 어머니는 내게 가장 깨끗해 보이는 옷을 입히고 내 이마가 드러나도록 몇 번이고 앞머리를 빗겨 주셨다. 아버지와 함께 오셨던 아저씨들이 구도를 잡아 의자 몇 개를 가운데로 배치한 후에 우리 식구들의 위치 하나하나를 잡아주셨다. 우리는 서로 멋쩍어하면서도 처음 접하는 상황들이 재미있고 설레여서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 채 연방 실룩거렸다. 우리들 앞으로 생전 처음 보는 가로등 같이 생긴 전등 몇 개와 커다란 우산들이 설치되어 우리들의 그런 모습이 마냥 재밌기라도 한 듯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내 가로등 같이 생긴 전등에서 한낮 태양보다도 환한 빛이 눈부시게 우리에게 품어져 나왔고 우리들은 맨눈으로 햇빛을 바라보았을 때처럼 초점을 잃은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하나, 둘. 셋. 찍습니다” 앞에서 카메라 조리개를 응시하던 아저씨의 연거픈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릴 때마다 우리는 눈꺼풀을 감지 않으려고 두 눈에 힘을 주어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십여 분이 흐르고 수고했습니다는 사진사 아저씨의 말에 행여나 조금이라도 움직일 새라 온몸에 힘을 주고 자세를 잡고 있던 우리들은 얼음땡에서 풀려나듯 한숨을 돌렸다.
그날 찍었던 사진은 잊혀지지 않은 추억을 남긴 채 우리 가족의 소중한 가족사진으로 남아 있다. 그 사진 속엔 아버지, 어머니의 푸릇한 젊음이, 까까머리에 모자를 쓰고 푸른색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채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는 형들의 학창 시절이, 어머니의 무릎 위에서 어머니가 쓸어 넘기신 이마를 내보이며 얌전하게 앉아있는 초등학생의 내가 박제되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