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모님과 자주 여행을 다녔다. 특히나 부모님이 연로해지신 이후에는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부모님을 모시고 다녔다. 나는 사람이 나이 들어서 슬픈 것이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늘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것도 지겨운데 늘 보는 것만 보면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일까 생각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어디라도 가려고 하면 아버지는 매번 집이 좋지, 집 같이 좋은 데가 어디 있다고 나가려고 하냐고 하셨고 내가 몇 번씩 다그치면 그때야 못 이기는 척 채비를 하셨다. 어쩌다 차를 타고 한참을 가기라도 하면 이렇게 먼 데를 왜 힘들게 가려고 하느냐고 하시기도 하셨다. 그러다 목적지에 다다르면 언제 그런 말을 하셨냐는 듯 표정이 달라지시고 얼굴엔 애써 숨기지 못하는 설레임이 묻어났다.
여행지를 어머니와 함께 둘러보시면서는 이렇게 좋은 곳이 있구나 연이어 말하시며 어린아이 마냥 좋아하셨고 그제서야 나오기를 잘했다고 하셨다. 그럴 때면 매번 나는 다음에 또 나온다고 하면 왜 또 나가냐고 말하시면 안 돼요 하며 아버지께 구박 아닌 구박을 했다. 몇 번은 시골의 한 펜션을 모시고 간 적이 있는데 너무나 평범하기만 한 펜션이었음에도 아버지는 세상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냐 하시며 호텔보다도 좋다고 즐거워하셨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어머니와 산책을 하고 오실 때면 여기서 계속 있고 싶다고 하시며 익숙한 곳으로부터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에 대한 속내를 비치시기도 하셨다. 그런 부모님 마음을 알기에 매번 아버지께 왜 나가냐는 타박 아닌 타박을 들으면서도 나는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일지라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면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다녔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낯설고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즐거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여행하는 동안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24시간 모든 것을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 함께하는 이가 가족이든 친구들이든 누구이든 간에 아침에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경험하며 함께 느끼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들이 내겐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님과의 여행은 부모님의 얼마 남지 않은 삶에서 여행하는 시간만큼은 나와 온전히 그 시간들을 함께 할 수 있기에 어쩌면 부모님보다도 내가 더 좋아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