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제주 여행 기간 내내 희근이가 내게 ‘오작가, 오작가’ 하고 불렀다. 처음엔 오래전에 내가 글쓰기를 좋아했던 것을 기억하며 그냥 하는 말인가 보다 하고 넘겼다. 그러다 희근이와 늦은 밤 술 한잔을 하면서 ‘오작가 글 좀 써 줘’ 하며 진지하게 말을 건냈다. 희근이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내가 예전에 아버지를 추억하며 썼던 글을 두 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내 글을 읽으면 마음이 따듯해 지고 가슴 한 켠에서 왠지 모를 정감이 느껴져서 내 글을 또 읽고 싶다고 한다. 그러니 다시 글을 써달라고 한다.
그동안 나는 글을 잃어 버린 채 지내왔다. 아마도 배가 부른 탓이기도 하고 요즘은 AI가 글쓰는 것까지 잘한다고 하니 굳이 내가 글을 써야 하나 싶기도 하고 나도 그냥 AI를 이용해서 글을 쓰면 되지않을까 하는 아니함까지 더해져서 그랬을 것이다.
희근이의 진지한 부탁에 우리들의 제주 여행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고 아쉽게도 우리와 함께 여행을 가지 못한 종보 가족을 생각하며 이 여행기로나마 우리의 제주 여행을 간접 체험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어서 여 행에서 돌아오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막상 글쓰기를 시작하니 오랫동안 잊어버린 나를 다시 만나는 것 같은 기분 이 들었다.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예전의 나를 다시 찾은 것 같았다. 그동안 배 부르게 살아온 줄만 알았는데 글을 쓰는 동안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을 느꼈다.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들로 가득 채워진 헛배 부른 내 영혼이 이제는 일어나 앉지도 못할 만큼 아사 직전의 굶주림으로 허기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행의 계획에서 이렇게 글로 마무리까지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다시 나를 찾게 해준 희근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우리 젊은 그들 친구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