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안과 커피 오마카세
여행 일정을 짜기 위해 인터넷으로 제주도의 가볼 곳과 맛집들을 찾았다. 그때 가장 눈에 띈 곳이 미스터두리안카페와 중문별장 커피 오마카세였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 쉽게 경험하지 못할 특별하고 색다른 추억 하나는 남겨주고 싶었던 나는 이 두 곳을 비장의 카드로서 우선순위 가장 높은 곳에 올렸다. 아마도 이 두 곳이 친구들에게 가장 신기하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재미를 줄거란 생각에 나 혼자 신이나서 설레는 마음으로 어서 빨리 그날이 왔으면 했다.
오마카세란 쉐프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는 일본식 음식문화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얼마 전 방영된 흑백요리사에서 소수의 손님만을 위해 그때그때 가장 좋은 제철 재료로 온갖 정성을 다해 음식을 내놓는 이모카세 쉐프님이 대중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젊은 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오마카세라는 것이 나이가 들면서 특별하게 다가왔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누군가로부터 소중하게 여김을 받고 누군가에게 정성을 다해 대접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오래전 일이라는 것을 느끼고 그래서 그것이 얼마나 귀한 일이라는 것을 지난 세월이 가르쳐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모임의 숙녀분들은 커피를 좋아한다. 나는 그런 숙녀분들에게 커피 오마카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흔히 접할 수 없는 커피를 가지고 하는 오마카세라는 그 특별함을 선사해주고 싶었고 무엇보다 숙녀분 한분 한분이 오롯이 누군가가 정성을 다해 내려주는 다양한 시그니처 커피를 맛보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귀하게 여김을 받고 가족들을 위해 하루하루 수고하고 고생하며 잘 살아온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스스로에게 주는 위로이자 선물이 되길 바랬다. 애석하게도 나의 설레였던 기대와 달리 우리는 커피 오마카세를 경험하지 못했다. 커피 오마카세는 정해진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시간 예약을 받아 특별하게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것을 카페에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다. 오마카세라는 것이 본시 소수의 손님만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잊었던 나의 불찰이었다. 카페를 나오면서 내가 좀 더 그 옛날 j의 습성을 발휘해서 미리 알아봤으면 좋았을텐데 하며 뒤늦게 후회했고 숙녀분들을 위한 나의 비장의 카드 하나는 그렇게 씁쓸하게 버려지고 말았다.
두리안은 맛있다고 알려진 열대과일이다. 두리안은 호텔 룸에서도 먹지 못하게 할 만큼 그 특유의 구린내가 심해서 함부로 먹기 어려운 과일이다. 그럼에도 열대과일을 잘 아는 많은 사람들이 모든 과일 가운데 두리안을 가장 최고로 친다. 동남아 여행을 갈 때마다 길거리에서 두리안을 파는 것을 보고 몇 번 맛보기를 시도해 봤지만 나에겐 역한 냄새만 심하고 왜 이걸 맛있다고 하나 하는 의문만 남기는 과일이었다.
제주도에 두리안만 전문으로 파는 카페가 있었다. 카페라하면 흔히 커피나 차를 파는 곳인데 두리안이라니. 호기심이 생겼고 친구들에게 제주도에서 동남아 여행 기분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특별하고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았다. 비록 맛이 없더라도 비행기를 타고 멀리 동남아를 가지 않아도 제주도에서 두리안의 그 구린내 나는 냄새를 우리 모두가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밌을 것 같았다. 친구들, 숙녀분들, 아이들 모두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았다.
우리가 찾은 두리안카페는 동남아 느낌의 인테리어가 있는 공간에 두리안들이 유리 온실 속에서 맛있게 숙성되고 있었고 카페 문을 열자마자 그 특유의 냄새가 동남아의 어느 과일 가게에 온 것처럼 우리를 반겨주었다. 오롯이 우리들만 있는 넓은 두리안카페 안에서 두리안 생과를 비롯해 두리안으로 만든 다양한 디저트들을 맛보면서 우리는 잠시 동안이지만 제주도가 아닌 태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 와 있는 것 같은 이국적인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맛본 두리안은 숙성이 잘되어 그 특유의 냄새 속에서도 은은한 달콤함이 전해질 만큼 맛있었고 왜 다들 두리안이 최고라고 말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여행을 마치면서 다들 두리안카페를 제주도에 오면 다시 가보고 싶은 곳으로 첫 손까락에 꼽았다. 다행히도 내가 숨겨둔 비장의 카드 하나는 두리안의 진한 향기와 달콤한 맛과 함께 우리들 마음속에 깊은 여운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