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들 제주 여행기

제주의 맛

by 소살리토

젊은 시절 제주도를 몇 번 갈 때마다 먹는 것이 고역이었던 적이 있었다. 음식들에 간이나 맛이 입에 맞지 않았고 그나마 먹을 만한 것이 해물뚝배기였다. 지금은 하루 세 끼 다양한 음식 맛을 보는데도 며칠이 걸릴 만큼 제주도에 맛집들이 넘쳐난다. 그야말로 제주도는 먹거리 천국이다.

첫째 날 재경이가 소개해 준 횟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처음엔 방어회를 먹을 요량으로 찾았는데 메뉴판에 고등어회가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고 맛도 있다고 말로만 많이 들어왔는데 왠지 비릴 것 같고 이상할 것 같은 생각에 매번 제쳐두다 이번에는 나도 모르게 그래 이번 여행은 특별한 걸 경험하는 거니까 한 번 시켜보자 하는 용기가 났다. 그렇게 방어회와 함께 고등어회가 식탁위에 차려졌다. 우리 앞에 놓여 진 고등어회는 그 자태부터가 남달랐다. 한 폭의 동양화처럼 플레이팅 된 고등어회는 먹는 것이 아까울 만큼 아름다웠다. 친구들 모두 호기롭게 고등어회 한 점씩을 집어 입에 넣었고 회를 선호하지 않는 나였지만 그 순간 나는 지금까지 먹어본 회 가운데 몇 손가락 안에 들 만큼 그 고소한 풍미를 고스란히 입안 가득 느낄 수 있었다. 친구들 입에서 고등어회에 대한 찬사가 넘쳐났다. 어떤 음식이 이렇게 까지 전율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고등어회는 우리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오래전에 제주도가 고향인 지인에게서 옥돔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옥돔을 알았다. 그날 옥돔이 구워진 저녁상에서 처음으로 옥돔을 맛본 소명이가 했던 말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생생하게 남아 있다. “엄마, 입안이 천국에서 뛰노는 것 같아요” 생선을 좋아하지 않은 나도 얼마나 맛이 있길래 어린아이가 이런 표현을 할까하고 한 점 맛보았다. 나에겐 아무 맛도 나지 않은 무맛이었다. 그런 나를 소명이 엄마와 소명이는 진짜 음식 맛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두고두고 놀리곤 한다. 지금도 소명이 엄마는 그때 먹었던 옥돔이 지금까지 먹었던 생선구이 가운데 가장 맛있었다고 종종 말한다. 이런 소명이 엄마를 생각하며 옥돔구이를 맛볼 수 있는 유명한 고등어쌈밥집을 일정에 넣었다. 김치고등어조림과 함께 잘 구워진 고등어와 옥돔이 나왔다. 무심코 옥돔을 한 점 떼어 입에 넣었다. 참 맛있었다. 왜 그동안 이 맛을 몰랐을까하며 친구들이 남긴 옥돔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남김없이 발라먹고 있는 내가 새삼스럽게 느껴젔다. 여행 3일차 저녁으로 갈치집을 갔을 때도 우리 식탁에 차려진 옥돔하고 옆 테이블에 남겨진 옥돔까지 먹어 치울 만큼 어느새 나는 옥돔 매니아가 되어 있었다.

여행 일정을 짤 때 친구들에게 가보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것들을 추천받았다. 그중에 광동이가 특별한 음식을 하나 추천했다. 말고기였다. 제주도에서 말고기를 파는 음식점들을 몇 번 본적은 있지만 한 번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제주도의 맛집들을 찾던 중에 말고기 버거를 파는 가게를 알게 되었다. 3일차 일정을 짜면서 평이 좋은 성게와 전복 솥밥집과 말고기 버거집을 두고 여러 번 고민했다. 특별한 추억을 위해 말고기 버거를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말고기까지 경험하기에는 다른 친구들과 숙녀분들이 너무 생소해할 것 같은 생각에 결국 솥밥집을 일정에 넣었다. 3일차 아침에 점심 예약이 되나 싶어 솥밥집을 찾아봤다. 어찌 된 일인지 최근에 올라온 리뷰에 솥밥 이야기가 없고 한 상 차림의 정식 이야기만 나왔다. 알고 보니 그 사이 메뉴가 바뀌었다. 그렇게 우리는 말고기 버거를 먹으러 가게 되었다. 미국 텍사스의 한 수제 햄버거집처럼 꾸며진 곳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말고기 육회와 버거를 맛보았다. 말고기라고 말하지 않으면 소고기라고 생각할 만큼 생소하진 않았다. 그렇게 말고기가 우리들의 추억의 서랍 속 한 켠을 차지하게 되었다. 3박 4일의 짧은 제주 여행이었지만 고등어회를 비롯해 처음으로 맛보는 음식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더 특별하고 풍성한 추억들로 우리를 더 배부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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