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기억하며

존경

by 소살리토

어릴 때 또래 아이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의례이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아인슈타인, 슈바이처 같은 위인들을 말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한 참 컸을 때까지도 친구들이 나에게 누구를 가장 존경하냐고 물으면 매번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는 내게 우상 같은 분이었다. 무엇이 내게 아버지를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비쳐지는 아버지의 모습은, 아버지의 삶은 어린 나에게도 저절로 존경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느껴졌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이나 수많은 위인들이 나와는 다른 세계의 책 속에서만 존재해 있었기에 내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서 숨 쉬며 행동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쩌면 나에게는 책 속의 위인들과는 처음부터 비교도 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시골에서 훌훌 단신으로 도시로 나와서 어머니를 만나 일가를 이루셨다.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자신이 손수 집을 지으시고 가정을 가꾸셨다. 아버지는 형제, 친지들이 많았는데 아버지의 친형제뿐 아니라 사촌 형제들까지도 아버지의 집에서 머물다 제 삶을 찾아 나가셨을 만큼 아버지는 집안의 기둥이자 대들보 같은 존재였다. 아버지도 우리와 같이 형제만 셋 있었는데 둘째임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장남 노릇을 했을 뿐 아니라 일가친척을 포함한 온 집안의 대소사를 전부 책임지셨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시골에 계시다가 가끔 닭을 한 마리 들고서 우리 집에 오시곤 했는데 언제가 할아버지께서 집에 오셔서 나와 같이 주무시다가 아버지가 늦게 집에 들어오는 소리에 깨셔서 혼자 돌아누우시고는 혼잣말로 조용히 세상에 저 놈 같은 놈은 없다며 아버지를 칭찬하는 말씀을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할아버지의 그 말씀에 나도 몰래 가슴이 찡하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는 몸소 그렇게 효도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들에게 보여주셨다.

아버지는 해병대를 나오시기도 했지만 아버지가 다니시는 회사에서도 그 시절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새마을운동을 직장에 현실화하는데 선도적으로 이바지하신 공로로 훈장을 받으실 만큼 나라와 사회를 위해 헌신해 오셨다. 몸으로 실천으로 국가에, 세상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신 것이다.

아버지는 어린 우리 형제들에게 사서삼경과 명심보감을 말로만 알려주신 것이 아니라 본인이 몸으로 직접 실천하며 보여주셨기에 나는 그 어려운 사서삼경을 아버지를 보면서 깨달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나라와 사회에서도, 부모에게도, 형제, 친지들에게도, 자식들에게도 아버지는 어느 것 하나 흠잡을 수 없이 본인에게 주어진 숙명들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의지 하나로 정해진 선로를 달려야만 하는 기차처럼 멈춤 없이 달려가셨다.

세상에 어떤 위인도 이렇게 살아간 사람이 있었을까. 인류에, 역사에 크나큰 공적을 남긴 위인들은 수없이 많겠지만 치열하게 살아가야만 하는 일반 범인들의 하루하루의 삶에서 이렇듯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온전히 다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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