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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ro Aug 15. 2021

엉뚱한 아기 오리

집오리의 반란

  오늘도 집오리들은 논으로 나와 열심히 잡초를 뽑고 해충을 잡습니다. 집오리들이 열심히 일하는 덕분에 주인아저씨의 논에서는 곡식들이 잘 자랄 수 있지요. 집오리들은 서로 자기가 잡초를 잡 뽑고 벌레를 잘 잡는다고 자랑을 하며 자기의 실력을 뽐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모든 집오리가 잡초를 잘 뽑고, 벌레를 잘 잡는 건 아니었어요. 아기 오리 덕순이는 잡초를 뽑다가 그만 논바닥에 넘어져 흙투성이가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벌레를 보고는 놀라 달아나버렸지요. 다른 집오리들이 그 모습을 보고 모두들 손가락질하고 놀려댔어요.


  엄마 오리는 그런 덕순이를 위로하면서 잡초를 잘 뽑고, 해충을 잘 잡을 수 있도록 타일러주었어요.

"덕순아, 힘들지만 우리 집오리들은 잡초를 잘 뽑고, 해충을 잘 잡아야 해. 

그래야 주인아저씨도 우리를 예뻐해 주시고 맛있는 사료도 많이 주신단다. 그리고 잡초를 뽑는 일은 운동도 되고, 벌레도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이란다."

"하지만 엄마, 저는 논일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오리들처럼 잡초를 잘 뽑기가 어려워요. 그리고 벌레들은 너무 무섭게 생겨서 잡을 수가 없어요. 저는 왜 이렇게 잘 하지 못할까요?"

"덕순아, 너도 좀 더 연습하면 잘할 수 있을 거야. 엄마가 좋은 선생님을 아니까 걱정하지 마"


  엄마 오리는 옆 마을 부잣집 농장에 사는 오리 아저씨에게 덕순이가 잡초를 잘 뽑고, 벌레를 잘 잡을 수 있도록 가르쳐달라고 부탁했어요. 그 오리 아저씨는 엄마 오리와 같은 농장에 있다가 논일을 정말 잘해서 비싼 가격에 팔려간 오리였어요. 부잣집 농장으로 간 후 오리 아저씨는 매일 맛있는 사료도 많이 먹고, 멋진 사육장에서 지내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 

덕순이는 부잣집 오리 아저씨에게 잡초 잘 뽑는 법과 벌레 잘 잡는 법을 배우고 열심히 연습했지만 실력이 많이 늘지 않아 속상해했어요.

그 후로도 덕순이는 매일 논에서 일하면서 늘 힘들어했어요.

다른 오리들과 달리 일을 잘하지 못하는 것도 속상했고, 다른 오리들이 계속 놀리고 구박해서 너무 슬펐어요.


  어느 날 논에서 잡초를 뽑다가 덕순이는 또 넘어지고 말았어요. 넘어진 채 한숨을 쉬며 하늘을 바라보는데 기러기떼들이 날아가고 있었어요. 덕순이는 하늘 높이 날아다니는 기러기가 너무 멋져 보였고 부러웠어요.

"엄마, 저기 좀 보세요. 새들이 하늘을 날고 있고 있는 모습이 너무 멋져요."

"기러기떼 구나, 기러기들은 저렇게 하늘 높이 날아서 먹이를 찾아다니지"

"우리도 날개가 있는데 왜 날지 않나요?"

"우리는 힘들게 날 필요가 없어. 농장에 있으면 주인아저씨가 사료를 주지 않니? 그냥 논에서 일만 열심히 하면 돼. 날아다니는 건 힘들고 위험한 일이야."

"하지만 저는 저 기러기들처럼 하늘 높이 날고 싶어요. 자유롭게 날아다니면서 먹고 싶은 것도 찾아 먹고 가고 고 싶은 곳 마음대로 가보고 싶어요. 그리고 사실 저는 잡초 뽑고 벌레 잡는 일이 싫어요. 잘하지도 못 하고요. 

저는 이제 나는 연습을 할래요."



  그 후 덕순이는 매일 나는 연습을 했어요.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지만, 날아다니는 새들을 관찰하고 따라 하면서 열심히 연습을 했지요. 일은 안 하고 나는 연습만 하는 덕순이를 보고 다른 오리들은 이상하다고 놀려대고 더 심하게 구박하기 시작했어요. 농장의 집오리들은 모이기만 하면 다 같이 덕순이 욕을 해댔지요.

"덕순이는 이제 일은 아예 손을 놓고 바위에 올라가 뛰어내리면서 놀기만 한다면서?"

"그게 나는 연습을 하는 거라고 하더구먼, 집오리가 어떻게 날겠다고, 이제 머리까지 이상해졌나 봐"

"그래도 농장에서 놀림받고 구박당하는 게 딱하긴 하더라고. 우리도 너무 그렇게 계속 구박하는 건 좀 심한 것 같아. 혹시 알아 건너 마을 백덕이 같은 아이일지."

"백덕이? 아... 그 구박받다가 무리에서 쫓겨났는데 나중에 크고 보니 백조였던 오리 말이야"

"그래 그 아이도 덕순이 처럼 왕따였는데
 그렇게 멋진 백조가 될지 누가 알았겠냐고"

"그런데 덕순이는 백조가 아니야. 덕순이 엄마가 알 낳고 부화할 때까지 알을 꼭 지키고 있는 걸 내가 똑똑히 봤는걸. 그리고 덕순이는 백덕이와는 다르게 우리 어릴 때랑 똑같이 생겼잖아."


  그러던 어느 날 일은 하지 않고 나는 연습을 하는 덕순이를 보고 주인아저씨가 화가 났어요.

"일도 못하고 엉뚱한 짓만 하는 쓸모없는 오리 녀석, 그냥 잡아먹어버려야겠다."

  주인아저씨가 덕순이를 잡으려고 하자 덕순이는 깜짝 놀라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계속 쫓기던 덕순이는 농장 담장을 훌쩍 넘어서 달아났어요. 하지만 주인아저씨는 사냥개들을 풀어 덕순이를 잡게 했어요. 사냥개들에게 쫓기던 덕순이는 도망치다가 그만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농장에는 덕순이가 일은 안 하고 엉뚱한 짓만 하다가
주인 아저씨 손에 죽었다는 소문이 퍼졌어요.

"쯧쯧, 그러게 논에서 잡초나 잘 뽑고 벌레나 잘 잡을 것이지. 괜히 엉뚱하게 날고 싶어 해 가지고 험한 꼴을 당하긴."

"그러게 말이야, 주인아저씨도 화가 날만 하지. 우리는 덕순이 꼴 당하기 싫으면 더 열심히 일하자고."



  하지만 사실 덕순이는 죽지 않았어요. 그동안 나는 연습을 열심히 한 덕분에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던 덕순이는 강 건너편 풀숲까지 날아갈 수 있었어요. 그곳에는 여러 종류의 새들이 모여 않아 쉬고 있었어요. 그중에 기러기 아저씨가 덕순이를 보고 다가왔어요.

"어... 너는 집오리 같은데 농장에 있지 않고 어떻게 이렇게 멀리까지 왔니?"

"농장 주인이 저를 잡아먹으려고 해서 도망쳐왔어요. 쫓기다가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졌는데 날아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넌 정말 대단한 아이로구나.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을 텐데 여기까지 날아오다니 정말 놀라운데."

"아니에요. 저는 잡초도 잘 못 뽑고, 벌레도 무서워하는 오리인걸요."

풀이 죽어있는 덕순이를 보며 기러기 아저씨는 다정하게 위로해주었어요.

"얘야, 잡초를 잘 뽑고 해충을 잘 잡는 것도 좋지만 누구나 똑같은걸 잘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네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걸 잘하면 되는 거야"

기러기 아저씨의 말에 덕순이의 얼굴이 밝아졌어요.

"저는 나는 것이 너무 좋아요. 나는 연습을 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돼요. 아직은 조금밖에 날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아저씨처럼 하늘 높이 그리고 멀리까지 날고 싶어요. 저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그럼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네가 더 잘 날 수 있도록 이 아저씨가 도와줄게 걱정 마"

그날 이후 덕순이는 기러기 아저씨에게 더 높이 더 멀리 나는 법도 배우고 매일 열심히 나는 연습을 했어요.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기러기들은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아갈 준비를 했지요. 기러기 아저씨는 덕순이를 혼자 남겨놓고 떠나기가 안쓰럽고 아쉬웠어요.

"덕순아, 이제 곧 추워질 텐데 너도 우리를 따라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지 않을래?"

"정말요? 저도 가고 싶지만 남쪽 나라는 엄청 먼 곳이라고 들었어요. 제가 그곳까지 날아갈 수 있을까요?"

"그동안 정말 열심히 연습했지 않니? 아저씨가 보기에 넌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네, 그럼 해 볼게요.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최선을 다하면 무사히 갈 수 있겠죠?.

덕순이는 그동안 갈고닦은 비행 실력으로 기러기들을 따라 남쪽 나라로 날아갔어요. 멀고 먼 남쪽나라까지 날아가는 동안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덕순이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한참을 날아 덕순이는 따뜻한 남쪽나라에 도착했어요. 그곳엔 맛있는 과일과 곡식들이 많았어요. 덕순이는 이리저리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맛있는 음식들을 실컷 먹고 따뜻하고 포근한 보금자리에서 편히 쉬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었어요.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지만 덕순이는 문득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어요.

"농장은 지금쯤 엄청 춥겠지. 먹을 것도 부족할 텐데. 모두들 잘 지내고 있을까?"

가족들과 친구들이 걱정된 덕순이는 맛있는 열매과 곡식을 가지고 농장 마을로 다시 날아갔어요.

다시 먼 거리를 날아가야 했지만 이제 덕순이는 장거리 비행도 힘들지 않을 정도로 잘 날게 되었지요.

고향 농장에 도착해보니 눈이 덥힌 사육장 안에서 가족들과 친구들이 추위에 떨고 있었어요. 모두들 오랫동안 굶었는지 힘없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지요.


"어... 이게 누구야? 우리 덕순이 아니니?"

덕순이를 알아본 엄마 오리가 깜짝 놀라며 덕순이에게로 다가왔어요.

"정말 덕순이 맞아? 덕순이가 살아있었던 거야?"

다른 오리들도 하나 둘 덕순이 주위로 모여들었어요.

"모두들 제가 죽은 줄 알고 계셨군요.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졌지만 나는 연습을 한 덕분에 건너편 풀숲까지 날아갈 수 있었어요. 거기서 기러기들을 만나 더 잘 날 수 있는 법도 배우고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아가 지내다가 여러분들 생각나서 왔어요. 여기 제가 가져온 과일과 곡식들 좀 드세요."

농장의 오리들은 덕순이가 가져온 음식들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어요.

"이게 얼마 만에 먹는 음식이야. 추수가 끝나고 일이 없으니 주인아저씨는 사료도 안 주고 이젠 우리에게 관심도 없어"

"그래도 우리는 살아있기라도 하지. 이번 달만 해도 주인아저씨 집 식탁에 오른 오리가 한 둘이야? 

그 잘 나가던 부잣집 농장 오리도 이제 늙었다고 농장 주인이 잡아먹어버렸다잖아"

"맞아 여름엔 실컷 부려먹기만 하고, 일이 없으면 잡아먹어 버리고,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정말 불안해서 살 수가 없어"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진작에 덕순이 처럼 도망쳐 나가 버릴걸. 이 농장 생활 정말 지긋지긋해"

"도망친다고 다 해결되는 건 줄 알아? 나가면 사방에 산 짐승들이 우글우글한데 안 잡혀 먹히면 다행이지. 그리고 농장 밖에서는 누가 쌀 한 톨 주는 줄 알아. 힘들긴 해도 그나마 여기 붙어 있으니 사료라도 가끔 얻어먹을 수 있는 거야"

"맞아. 덕순이야 날 수 있으니 산 짐승도 피할 수 있고, 먹을 것이 많은 곳으로 날아갈 수도 있겠지만. 우리 같은 보통 집오리들은 도망쳐봐야 별 수 없어"

덕순이가 가져다준 음식을 먹으면서 오리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모두들 덕순이를 괴롭히던 것을 뉘우치며 사과를 했지요.


"덕순아, 네가 잡초도 잘 못 뽑고, 벌레도 무서워하며 도망 다닐 때 놀리고 구박해서 미안해. 나는 네가 바보 같은 아이인 줄로만 알았어."

"나도 네가 일은 안 하고 나는 연습을 할 때 엉뚱한 짓한다고 욕해서 미안해. 나는 잡초 잘 뽑고 벌레 잘 잡는 오리만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네가 정말 멋진 오리인 것 같아"

"사실 우리도 그렇게 일을 잘했던 건 아니야. 우리도 잡초 뽑다가 넘어지고, 큰 벌레가 나오면 도망가기도 했는데 너만 구박해서 미안해"

"따뜻한 남쪽 나라도 가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겠다. 무엇보다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는 게 너무 부러워"


덕순이는 이제 더 이상 놀림받고 구박받던 천덕꾸러기 오리가 아니었어요. 덕순이를 바보 같고 엉뚱하다고 생각했던 오리들은 이제 모두 덕순이를 멋지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덕순이를 놀리고 구박했던 친구 오리들은 모두들 덕순이를 부러워하게 되었지요.


"모두들 고맙습니다. 저는 늘 제가 바보 같고 엉뚱하다는 생각에 힘들었었는데
이제는 정말 행복하게 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향 농장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다시 만나면서 지난날의 마음속 상처도 아물고 자신감을 찾은 덕순이는 하늘 높이 멋지게 날아올라 더 큰 꿈을 향해 힘차게 날아갔답니다.



[작품 기획 의도]
  원작에서 아기 오리의 외모의 차이를 다룬 반면, 본 작품에서는 내면의 차이를 주제로 삼아보았습니다.

날고 싶어 하는 오리라는 다소 식상할 수 있는 접근이지만, 이를 통해 획일화된 사회의 통념을 비판하고 개성과 다양성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꿈을 향한 도전과 모험을 통해 자기 주체적 삶과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을 어린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맞지 않는 잣대로 비교당하느라 힘들어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있다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힘차게 비상한 아기 오리 덕순이 처럼 그 틀을 깨고 자신만의 개성을 계발하여 멋지게 비상하기를 바랍니다.



Photo by David Clode on Unsplash

Photo by Gary Bendig on Unsplash

Photo by Niklas Hamann on Unsplash

Photo by Aditya Chinchur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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