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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ro Feb 27. 2019

두 번째 20대는 캐나다에서 1

마흔의 문턱에서 시작한 캐나다 석사 유학과 이민

유학과 이민을 꿈꾸기 시작한 건 30대 초반부터였다. 직장생활 5년 차, 이때쯤이면 신입사원의 슬럼프도 넘기고 회사생활에 완전히 적응하여 다른 생각 없이 앞만 보며 열심히 일 할 시기이건만, 나는 그때도 계속 방황 중이었다. 로또를 사면서 1등 당첨이 된 상황을 상상하며 행복해하듯, 나는 종종 퇴사를 하고 유학을 가고 외국에서 사는 삶을 상상하며 설레어했다. 그 당시 유학과 이민은 나에게 로또 1등 당첨과 같은 허황된 희망이었다.


점점 퇴색해져 만가는 회사생활의 의미,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의심 속에서 나의 마음속 방황은 계속되었지만,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나의 꿈 따위는 접어두고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에 충성을 다 하며 현실에 만족하는 것이 어쩌면 최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자유롭게 날아오르고 싶었던 나였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오던 소리들은 못 들은 척 넘겨야만 할 것 같았다.


어느 주말 저녁, 아내와 함께 치맥을 즐기다 농담하듯 슬쩍 유학과 이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해외여행을 갈 때면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말을 종종 했었던 아내였기에 나의 마음을 이해해 줄 수 도 있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 외국 가서 살아볼까?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하고 싶은 것 있으면 해 보면서 살아야지."

아내는 당연히 그냥 해보는 소리라고 생각했는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외국 가서 살 수 있으면 좋지. 그런데 외국 가면 뭐 먹고살아? 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돈 잘 벌 수 있으면 외국에 살아보는 것도 좋지."

정말로 당연한 조건이었지만 너무나 냉정하게 들리는 대답이었다.

나는 아내가 솔깃해할 이야기로 긍정적인 대답을 끌어내기로 했다. "캐나다에서 유학생 자녀는 무상으로 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거 알아? 유학생 학비가 비싸긴 하지만 내가 거기서 대학 다니면 아이 조기유학 비용은 버는 셈이지. 나는 대학 다니면서 현지 생활 적응도 하고 영어 실력도 늘리고 졸업 후에는 취직도 잘할 수 있을 거야."

조기 외국어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아내는 자녀 무상 교육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진지하게 물었다. "그런데 캐나다 대학교에 어떻게 지원하는지는 알아? 입학하기가 쉬울까? 유학원 같은데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아내의 걱정 어린 질문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매주 1등 당첨을 꿈꾸며 로또를 사듯, 나는 퇴근 후 틈만 나면 유학의 꿈을 꾸며 해외 대학 홈페이지를 찾아보곤 했었다. 내 머릿속에는 관심 있던 캐나다 대학교와 학과 그리고 입학조건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캐나다 TOP10 대학교

출처: https://www.timeshighereducation.com/student/best-universities/best-universities-canada#survey-answer


그렇게 은근슬쩍 아내의 동의를 얻은 후 구체적으로 유학과 이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해왔던 계획은 캐나다 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주정부 이민 프로그램을 통해 영주권 취득하는 것이었다. 다른 대부분의 캐나다 영주권 취득 프로그램에서 현지의 업무 경력이 중요한 방면, 온타리오 석사 이민 프로그램은 현지의 업무 경력이나 job offer 없이도 온타리오주 공립 대학교의 석사 학위와 영어성적, 정착비용 등 몇 가지 조건만 갖추면 영주권을 신청 수 있는 방법으로 캐나다 유학과 이민을 꿈꾸는 나에게 꼭 맞는 프로그램이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 석사 이민 프로그램

출처: https://www.ontario.ca/page/oinp-masters-graduate-stream


다른 방법에 비해 비교적 까다롭지 않아 보였던 이민 프로그램이었지만 막상 뛰어들고 보니 난관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유학생 입학 시 요구하는 영어시험 점수였다. 특히나 대학원 입학은 높은 영어성적을 요구했다. TOEFL과 IELTS 시험 준비를 위해 주말반 학원을 다니고 퇴근 후에도 꾸준히 영어공부를 했다. 나름 바쁜 시간을 쪼개 열심히 준비했었지만 원하는 영어 성적을 받기는 힘들었다.

부족한 정보도 문제였다. 주정부 석사 이민은 분명 온타리오주 이민 사이트에 안내되어있었지만 좀 더 자세한 정보와 상담을 위해 이민 설명회나 유학원에 찾아가 문의를 해보면 잘 아는 분들이 없었고, 석사 이민은 성공하기 힘든 프로그램이라며 자신들이 추천하는 다른 방법을 권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아도 그 많은 이민 성공 수기들 중에 석사 이민을 성공했다는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그리고 캐나다 대학원에 입학을 하려면 추천서와 학업계획서도 필요했는데 대학 졸업 후 십수 년이 지나도록 연락도 한번 안 드린 교수님들께 추천서를 받을 수 있을지, 우리말로도 써본 적 없는 학업계획서를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어떻게 써야 좋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계획했던 캐나다 유학과 이민은 이런저런 여러 가지 벽에 부딪쳤고, 이러다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의 나날을 보내며 나는 어느덧 마흔의 문턱에 와 있었다.



좀 더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을 많이 담고자 "두 번째 20대는 캐나다에서"를 매거진으로 연재하여 정기적으로 독자님들을 뵙고자 합니다.
곧 새로운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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