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ro Sep 13. 2021

회사 알레르기

[논품픽] 회사 알레르기지만 괜찮아 1화

백신을 맞으러 갔더니 간호사가 주사를 놓기 전에 물었다.

“혹시 주사 맞고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 적 있으신가요?”

“알레르기 반응이라면 어떤 거 말씀이신지…?”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뛴다거나,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몸에 발진이 일어나고, 눈이 충혈되는 증상 등이 있습니다.”

“혹시 불안 초조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나 배가 아프고 토가 나올 것 같은 증상도 알레르기인가요?”

“네, 그런 증상도 알레르기에 포함됩니다. 혹시 그런 적이 있으신가요?

“그럼요. 오늘도 그랬는 걸요.”

“네? 오늘도요?”

“아... 주사 맞고 생기는 반응은 아니고, 회사만 가면 그런 증상이 생깁니다.

“아... 네... 빨리 팔 걷으시죠.”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냥 서로 맞지 않을 뿐이죠




오늘에서야 알았다. 남들 다 잘 다니는 회사인데 나만 이렇게 힘든 이유를... 

나는 회사 알레르기가 있었던 것이다.


알레르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찾아보았더니, 

‘대부분의 사람에게서는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는 물질에 대한 면역 과민 반응에 의해서 나타나는 여러 증상.’ 이란다.


면역 과민 반응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정확히 알아보았더니,

‘특정 물질이 생체 자신과 맞지 않을 때 자신의 통일성과 개체의 생존 유지 및 존속을 위하여 그 물질들을 제거하는 일련의 생체 반응’ 이란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서는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는 회사 생활이 나와 맞지 않아 나 자신의 통일성과 생존 유지 및 존속을 위하여 회사 생활을 벗어나려 하는 일련의 생체 반응'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일하기 싫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일 수 도 있지만 난 정말 나의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단지 지금은 회사에서는 돈 버는 거 외에 그 일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진정 내가 푹 빠져서 재미와 감동을 느끼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헤매고 있을 뿐이다.


알레르기는 원인이 되는 특정 물질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반응을 겪는 생체가 잘 못된 것도 아니다. 그저 그 둘이 맞지 않을 뿐이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땅콩은 독약과 같지만 다른 사람에게 땅콩은 맛있는 영양간식이다. 그렇다고 남들 다 잘 먹는 땅콩을 먹고 알레르기 증상이 생기는 사람이 잘 못 된 건 더더욱 아니다. 땅콩이 나와 맞지 않으면 그냥 다른 걸 먹으면 된다. 세상엔 더 맛있는 다른 음식들도 많으니 말이다.


회사생활이 나와 맞지 않으면 그냥 다른 걸 하면 된다.

세상엔 더 멋지고 재미있는 일들도 많으니 말이다.



*[논품픽] 논픽션을 품은 픽션

Photo by kate.sade on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