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ro Oct 08. 2021

취직과 창업 사이

[논품픽]회사 알레르기지만 괜찮아 2화

상훈 모 : "오늘은 내가 쏠게. 우리 상훈이 이번에 취직했거든"

아줌마 1 : "정말이야? 축하해!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정말 대단하네"

상훈 모 : "열심히 준비하더니 이번에 운이 좀 좋았나 봐. 큰 회사는 아니지만, 빠르게 크고 있는 회사라고 하더라고"

아줌마 2 : "작은 회사면 어때. 요즘 대기업 들어가봐야 일만 많고 스트레스만 받지 뭐. 작은 회사에서 시작해서 같이 커가면 좋지."


아줌마 1 : "덕팔이는 요즘 어떻게 지내? 아직 취직 못 한 거야?"

상훈 모 : "너무 걱정하지 마. 덕팔이 엄마도 빨리 좋은 소식 듣고 한턱 쏠 날이 올 거야"

덕팔 모 : "우리 덕팔이는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겠대"

아줌마 2 : "지난번에 핸드폰 게임인가 뭔가 만든다고 하더니 아직 그러고 있는 거야?"

덕팔 모 : "그냥 계속 그 일을 하려고 하나 봐. 그리고 요즘에 만든 게임이 인기가 많아졌거든"

아줌마 1 : "그래도 더 나이 먹기 전에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해야지. 그래야 장가도 가고 할거 아니야."

아줌마 2 : "그러게 젊은 사람들이 취직하기가 힘들어서 정말 큰일이야. 덕팔이도 빨리 좋은데 취직이 되어야 할 텐데"


아줌마 1 : "상훈이는 정말 잘됐다. 근데 회사생활은 어떻대? 신입이라 아직 적응하느라 힘들겠네"

상훈 모 : "인터넷 회사라서 회사 사람들도 다 젊고 다 잘해준데. 특히 사장님이 우리 상훈이를 참 잘 봐주시나 봐"

아줌마 2 : "너무 잘 됐다. 요즘은 인터넷 회사가 짱 이래잖아. 사장님도 잘 봐주시고 하니 금방 승진하고 출세하겠네"

아줌마 1 : "근데 회사 이름이 뭐야? 뜨고 있는 인터넷 회사들은 뉴스에도 막 나오던데. 우리도 들어봤으려나?"

상훈 모 : "아직 작은 회사라 못 들어봤을 거야. 펀앤조이닷컴 이라고..."


덕팔 모 : "펀앤조이닷컴? 거기 우리 아들 회사인데"

아줌마 2 : 무슨 소리야? 덕팔이도 거기 다녀? 아직 취직 못했다면서?

덕팔 모 : 아니, 거기가 우리 덕팔이가 만든 모바일 게임 회사거든.


창업하는 사람이 있어야 취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나는 취업에 성공했다.

부모님은 나를 대견해하시며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고, 나는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취직을 하지 않고 본인의 사업을 시작한 친구들도 있었다. 졸업 후 학교 동기, 선후배들이 모이는 자리에 나가면 모두들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내가 취업 성공한 이야기를 할 때면 모두들 축하를 해주었고, 후배들은 부러움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반면 본인의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는 친구들에게는 회사에 계속 지원해보라는 둥, 힘들겠다는 둥의 걱정과 위로 섞인 말들이 많았다.

소위 명문대학교라고 불리는 학교 출신이라면 선배들이 본인의 사업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아 창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겠지만, 우리 모임에서 창업은 취업을 못했거나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다는 걸로 보이기 십상이었다.


그 후로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다들 각자의 삶에 바빠서 그동안 경조사가 아니면 얼굴 보기도 힘들었는데 어렵게 기회가 되어 정말 오랜만에 동기들끼리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근황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본인의 일에 대한 주제로 이어졌다. 모두들 각자의 직장생활과 사업을 하며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고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사업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했고, 사업하는 친구들은 직장인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자신이 더 힘들다고 말하고 있었다.


회사 알레르기로 고통받고 있었던 나는 답답한 나의 현실을 친구들에게 하소연하기에 바빴고, 사업을 하는 친구는 거래처 문제, 회계 처리의 문제, 직원 관리 문제 등으로 한숨 쉬고 있었다. 하지만 내 눈에 졸업 후 창업을 했던 친구들은 뭔가 달라 보였다. 


뭐랄까... 자기 인생의 온전한 주인으로 보였다.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된다는 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삶이 나의 의지와 다르게 무언가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으며 살고 있었기에 그 친구의 삶은 특별해 보였다.


그동안의 고생과 사업의 흥망성쇠, 막대한 책임과 의무 등을 하소연하고 있었지만 그 역시도 모두 멋져 보였다. 사장님으로서 본인의 의지와 생각으로 자기의 일을 이끌어 나가고, 그것으로 이룬 큰 성과의 짜릿한 맛을 누리는 것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왠지 모르게 사업을 하는 친구 앞에서 나는 미숙한 어린아이 같이 느껴졌다.

그 친구는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며 원하는 길로 달리고 있는 반면, 나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선로를 달리는 증기기관차 안에서 열차가 달리는데 필요한 석탄을 쉴세 없이 퍼 넣고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타고 있는 증기기관차가 친구가 운전하는 차보다 더 크고 비싸고 빠를 것이다. 그래서 내가 처음 그 증기기관차에 오를 때 작은 차를 구해서 출발하는 친구는 나보다 초라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나의 의지와 생각과 상관없이 어디론가 달리는 증기기관차에 나를 맡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나의 시간과 에너지의 상당한 부분을 내가 결정할 수 없다는 게 어떤 것인지 말이다.

증기기관차에 타고 있는 덕분에 나와 우리 가족의 생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도 큰 불평 없이 그렇게 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바람직하다 거나 최선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친구의 차는 출발할 때와는 다르게 더 커지고 더 멋져졌고, 이제 친구가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데 필요한 일을 해줄 사람들도 같이 타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나의 차를 직접 운전해
내가 원하는 목적지로 자유롭게 달려 볼 생각이다.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듯이 위험할 수도, 어려울 수도, 어쩌면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믿어 의심치 않듯이 가슴 설레고, 재미있고, 활기 넘치는 진정한 나의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 논품픽 : 논픽션 품은 픽션

Photo by Jorge Vasconez on Unsplash

 

이전 01화 회사 알레르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