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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ro Oct 12. 2021

주말 바라기

[논품픽] 회사 알레르기지만 괜찮아 3화

"사는 게 뭐 이렇게 재미가 없냐. 마지막으로 행복하다고 느껴본지가 언제인지..."

"행복이 뭐 별거냐. 그냥 나쁜 일 없이 무난하게 살면 행복한 거지"

"그래도 정말 막 신나고 설레고 하는 그런 행복도 있어야지"

"회사 생활하면 그런 행복이 찾아오잖아"

"뭐 회사 생활에서? 무슨 소리야? 도대체 언제?"

"너도 잘 알 텐데..."

회사생활은 나에게 짜릿한 행복을 선사합니다.
그것도 매주
...
...
...
금요일 퇴근길에


"회사 생활하기 왜 이렇게 힘드냐? 이제 좀 괜찮아질 때도 되었는데"

"그래도 회사일이 하면 할수록 더 힘이 나잖아. 신기하게 피로도 쌓이지 않고"

"일을 할수록 힘이 난다니 무슨 소리야? 그리고 피로가 쌓이지 않는다고?"

"그래, 잘 생각해봐. 너 무슨 요일이 제일 피곤하고 힘이 없어?"

"월요일"

"그럼 무슨 요일이 제일 에너지가 넘치고 안 피곤하냐?"

"금요일"

"그래 그거야"

"그러고 보니 푹 쉬고 출근한 월요일엔 힘들고 피곤한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 힘이 나다가 

5일 동안 일을 했는데도 금요일 저녁엔 에너지가 넘치고 피로가 사라지네... 진짜 신기하다."


에너지는 열정 속에서 커지고, 피로는 희망 속에서 사라집니다.



금요일 퇴근 후 5시간, 토요일 24시간, 일요일 저녁식사를 마칠 때까지 21시간, 이렇게 구성된 총 50시간을 나는 주말로 정의한다. 한주 전체 168시간의 29.76%를 차지하는 이 시간이 회사를 벗어나 온전한 나의 시간을 가지는 시간이다. 이 마저도 운이 없으면 반납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대체적으로 이 50시간 동안 나는 자유를 만끽한다.

퇴근 후에도 자유시간이라고 볼 수 있지만, 퇴근 후 잠들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 알레르기로 만신창이가 된 나를 힐링하는데 보내는 날이 대부분이다. 알레르기 증상 외에도 긁히고 베이고 얻어맞은 마음이 다 회복되기도 전에 잠드는 때도 많으니 퇴근 후 시간은 자유시간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병원에 입원해있는 기간이 온전한 나의 시간이 아닌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해두겠다.


요일별로 주말을 향한 나의 자세는 대충 이렇다.

 - 월요일 : 출근을 했을 때는 아직 지난 주말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지난 주말을 회상한다.

 - 화요일 : 지난 주말을 복기하며 더 나은 주말을 기획한다. 양쪽 주말을 바라보고 있다.

 - 수요일 : 기획한 주말을 준비한다. 기존 일정을 확인하고, 사람들과 약속을 잡거나, 장소를 예약한다.

               계획한 일과 사이드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는데 필요한 것들을 준비한다. 

               다음 주말을 바라보며 집중하기 시작한다.

 - 목요일 : 다가올 주말을 방해할만한 장애물들을 제거한다. 마음을 무겁게 할 만한 일들을 모두 처리하고

               금요일에 칼퇴를 하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불사하며 남아있는 일들을 처리한다.

               새로운 주말의 태동을 기다린다.

 - 금요일 : 출근 후 복지부동의 자세를 취한다. 최대한 새로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들떠오르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근무 중 평정심을 유지한다. 

               퇴근시간이 되면 금요일만큼은 눈치를 무릅쓰고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그리고 성스러운 주말을 맞이한다.

               갑자기 처리하지 못한 회사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하고, 퇴근할 때 부장님의 눈빛이 

               신경 쓰일 때도 있지만, 그럴 땐 복잡한 머리를 깔끔히 비워주는 구호를 외친다.

어쨌거나, 금요일이야!


주말 아침에는 피곤한 줄도 모르고 눈이 번쩍 떠진다. 불금을 보낸 덕에 늦잠을 잘 때도 있지만 나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1분 1초를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주말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시간대별 계획표를 만들고, To Do 리스트도 작성한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은 차고 넘친다. 시간을 쪼개어 잘 계획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눈 깜빡할 사이에 주말은 지나가 버린다.


계획했던 일들을 다 해도, 언제나 기회비용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여행을 가서 신나게 놀다 온 날은 이번 주말엔 자기 계발과 사이드 프로젝트에 너무 소홀했다며 아쉬워하고,

주말 동안 열심히 책도 읽고 공부를 하며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한 날에는 너무 야외활동을 못 다며 아쉬워한다.


월요일의 피로를 덜어내고자 일요일 저녁엔 일찍 잠자리에 들겠다 다짐하지만, 항상 아쉬움을 못 이겨 주말의 끝을 잡고 놓지 않으려 애쓰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일요일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짓눌려오는 마음을 달래며 시간을 보내다가 주말을 마무리한다. 그렇게 아쉽게 주말이 끝나버리면 또 회사에 저당 잡힌 5일을 보내야 다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주말을 알차게 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아무런 목적과 희망이 없던 시기에는 주말을 피신처로 사용한 적이 많았다. "책도 읽고 싶긴 하지만 내일이면 다시 출근해야 하니 오늘은 실컷 놀아야지" "주중에는 숙취가 무서워서 많이 못 마셨으니 오늘은 밤새도록 실컷 마셔야지" "다음주부터는 바쁘고 야근이 더 많아질 것 같으니, 오늘은 낮잠이나 실컷 자 두어야지"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렇게 나의 주말이 주중 회사일에 휘둘리는 것이 싫었고, 그런 주말을 보내며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내 모습이 싫었다.


요즘에는 주말의 많은 시간을 진정한 나의 일을 발전시키는데 투자하고자 노력한다. 생계를 위한 일 이외에 다른 일까지 진행한다는 게 어렵고 예상치 못한 많은 문제들을 맞닥뜨리기도 하지만 목적지를 바라보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면 황홀경에 빠질 지경이다. 주중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맘속으로 욕을 내뱉는 반면, 주말에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내가 계획한 진정한 나의 일을 해나간다.


나에게 주말은 지난주를 보상하는 휴식 시간도
다음주를 위한 재충전 시간도 아니다.


주말이 단순히 지난주 회사일의 피로를 푸는 휴식 시간이며, 다음 주 일을 하기 위한 재충전 시간이 된다면, 주말마저도 회사일과 엮여있고 주중의 연장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꼴이 되어버린다.

주말은 자신의, 자신에 의한, 자신을 위한 소중하고 자유로운 시간이며, 외부 통제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시간이 되어야 한다.

이 시간에는 생계유지를 위해 통제에 따라 수행하는 일이 아닌 내가 계획한 의미 있고 중요한 일들을 주도적으로 진행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것은 가족들과 여행을 가서 멋진 추억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고, 자기 계발을 위해 교육을 받고 공부하는 것일 수도 있고, 창업을 준비하고 사업을 진척시키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날들을 주말로 만들고 싶다. 매일 주말처럼 살고 싶다. 나의 매 순간을 주인으로 살고 싶다.

그리고 더 이상 주말 바라기가 아닌 진정한 나의 인생을 바라보고 주도적인 삶에 집중하는 인생 바라기로 살고 싶다.

 


Photo by Sincerely Medi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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