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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라블라 김작가 Jul 19. 2020

나의 성장통

인성은 누가 알려주나요?


나는 몇살까지 디자인을 할수 있을까?

언제까지 회사와 동료들에게 인정받으며 다닐수 있는거지?


유별난 디자인 외고집이나, 자존심을 놓은지 오래, 딱 직장인 마인드로(할 것만 하자) 다니는 요즘.

많이 내려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문득 문득 제동이 걸리는 순간들이 생긴다.


요즘 젊은 기업, 30대 CEO,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시대로 변하는 시대임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2D 디자인 전문가인 나는, 이것저것(홈피관리, 영상편집, 아트디렉터)  할줄 알아야 겨우 경쟁에서 살아 남을수 있음에 숨이 벅찰때가 있다(이럴거면 돈을 더 줘요!)


어느새 시니어 위치에서 위아래 눈치를 본다는 말을 실감하던 어느날,

3년차 디자이너 후배가 디자인 컨펌을 받으러 내게 왔다.


** 디자인 팀장인 내가 웹디자인까지 컨펌을 해주고,대표님께 보고를 드리는 방식의 회사였음


나의 전문 영역은 아니었지만 디자인 짬밥(?)이 있으니 시각적인 컨펌을 내게 맡겼던 것이다.


“땡땡씨, 전반적인 디자인 컨셉과 5페이지만 디자인 느낌이 다르다. 좀더 심플하게 수정해 볼까요?"


"팀장님, 전 맘에 드는데요"


WHAT??


어린친구도 아녔고(29살) 본인 디자인에 대해 자존심을 세우나 보다 싶었다

나도 3년차때는 저랬었지,라며 이해해보려했다.

나는 한박자 쉬고 다시 말했다.


"표현은 재밌고 좋은데.. 작업에 전반적인 발란스가 있잖아요, 이부분만 좀더 고민하면 어떨까?~"


"그럼 팀장님, 시간도 없는데 직접 작업하시는게 어때요? 전 맘에 들어서 어딜 고쳐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 아님 투표를 해볼까요? 이게 좋은지 수정을 해야 하는지?”


솔직히 내 귀에는 "꼬우면 니가 해!"로 들렸다.

몇마디 대화에 그동안 쌓아온 나의 프로직장인 마인드가 우르르 무너졌다.


“네 알겠습니다."를 바란건 아니었지만

저런식의 반응을 처음 겪었던 터라 이성의 끈을 놓을것만 같았다.


짧은 순간이지만 수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전에 다니던 사이코선배였으면 뭐라고 했을까? 그말만은 피해야지..

전에 팀장이었다며 어떻게 대처했을까?

이 자리에서 소리 한번 지르고 이구역 미친년 해?'

 

10초 가량의 순간이었지만, 눈물이 날만큼 자존심이 상하면서 팀장이고 뭐고, 발차기라도 한번 하고 싶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잘해줬나??

나를 옆집 여자 정도로 생각하나??


별별 생각들이 들었다. 그동안 대표한테 깨지면서도 저 인간을 감싸줬던 시간이 아깝고, 내가 사준 커피값마저 너무 아까워지는 순간이었다. 이래서 사람한테 함부로 잘해주지 말라고 하는거구나.  


그동안 나의 직장인 신념(험한꼴 보이지말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런저런 머릿속 욕을 하다가 정신 차리자 싶었다.


"시간이 있고 없고는 내가 대표님께 말씀드려서 조율을 해줄께요, 내가 해야할일과 땡땡씨가 할일의 구분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체 컨셉도 내가잡고, 표지도 내가잡고.. 내지 수정까지 내가 하면 땡땡씨는 뭐하고 싶은데?

지금 내가 제안한 수정을 받아들일수 없다고 해석되는데 투표까지 원한다면, 내가 할일은 없는거 같네요, 앞으로 대표님께 직접 컨펌받고 디자인 마무리하세요."


라고 말하고 짐을 싸고 퇴근해 버렸다

더이상 앉아있다가는 험한꼴을 보일것만 같았다


우리의 얘기를 듣던 다른팀 팀장이 따라 나왔다.

땡땡이는 아무생각없이 하는말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말고 참으라고 하는데,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저사람은 아무생각 없는걸로 치부되고, 나는 참으라고.. 왜죠???


주말을 끼고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마음이었지만 냉정함을 되찾고 출근을 했다.

평소에도 아침 인사를 제대로 않하던 땡땡이었기에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눈치를 보는척, 쭈볏거리며 나에게 면담 신청을 했다.


30분가량 땡땡이의 이런저런 핑계를 들으며 언성을 높였다가,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졌다.


땡땡이는 그동안 나에 대한 섭섭함을 일방적으로 토해냈다. 그동안 편하게 대해줘놓고, 요즘엔 일적으로만 대한다며. 본인도 쌓인게 많다는 이야기.(당시에 나는 프로젝트 마감이라 발표와 회의준비로 정신없이 바빴던 시기였다. 땡땡이 역시 잘알고 있음)


여긴 학원도 아니고, 사모임도 아니거늘 땡땡이 얘기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삐져나왔다.


나는 그날일에 대한 사과든 핑계든 듣고 싶었는데, 이것조차 쉽지 않을거 같았다.

오전 업무가 바빠서 일단 사과같지 않은 사과로 일단락 마무리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면담실을 나오면서 나는 스스로 팀장으로써 부족함과 인간으로써 무기력함을 동시에 느꼈다.

여전히 어려운 회사생활이다.


나중에 흥분이 가라앉은 다음 친구에게 이 에피소드를 말해줬다

친구는 본인 모임 후배들(비슷한 또래 20대 후반)에게 들려주고, 그들의 답변을 전달해 주었다.

"A: 아! 투표!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네요!"

“B: 저는 팀장님을 “저기요”라고 부른적도 있어요!”


아..


이것도 시대의 흐름인건가.. 내가 꼰대인가부다..

진담 섞인 농담을 뒤로 하고 씁슬함이 목에 걸렸다


15년 회사 생활중에 10살 어린 후배에게

제대로 머리를 얻어맞고 느낀점이 있다.


나이가 어려서 모두가 철없는 것도 아니고

자존감이 높아서 남을 무시하는 등의 잘못된 인식을 가진 부류는 답이 없다.


모든건 그 사람의 인성이다.


내가 엄빠도 아니고, A부터 Z까지 교육을 시키느니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게 빠르다는걸 느낀다.


오늘도 직장인 마인드로 출근을 하면서 인성이 나쁜 인간들을 걸러내고 있다.


그래야,

나 스스로를 지키면서 행복한 직장생활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할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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